‘평화번영정책’이 北 인권개선 불러올 수 있나?

▲ 8일 열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세미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오전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주최로 서울 서초구 변호사 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 정계와 법조계, 학계 인사들은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 北인권 외면하는 한국 이해 못해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에 가장 앞장 서야 할 우리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황의원은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을 이상한 나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투쟁했고 지금도 자국 내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한국이 왜 북한의 인권은 모른 척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황진하 의원

“남한은 북한과 직ㆍ간접적으로 만날 기회가 많은 만큼 인권문제를 설득할 기회도 가장 많이 가졌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협상 상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통일부 고경빈 사회문화교류 국장은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한다거나 북한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주장은 틀린 생각이다”며 반박했다.

정부, 현실적 방안으로 북한인권 NGO 지원 늘려야

고 국장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우리 정부였다”며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는 각종 북한 세미나에 인용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고경빈 국장

그는 “미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만 하면 되지만 우리는 동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관계 현실과 미래를 고려해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평화번영정책이야말로 북한 인권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허만호 교수는 “과거 북한인권백서가 북한의 현실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 데 공헌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최근 들어 그 수준이 매우 낮아졌다”며 “예전에는 정보기관의 고급 정보를 제공받아 폐쇄된 북한의 소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했지만, 요즘엔 연구원 몇 명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력을 꼬집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 왕미양 변호사도 “정부는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경제 및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우선시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취해왔다”며 “그간 우리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해 왔다고 해서 대북 교섭력이 커지지 않은 점만 봐도 인권문제 거론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킨다는 관점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왕 변호사는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정부가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 행동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NGO들에 대한 대폭적 물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존권 보장해주면 인권 개선되나?

<좋은 벗들>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북한의 지도층과 교류해야하는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민간적 입장에서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륜 스님은 “인권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권 문제”라며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하고 북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정치권, 시민권에 관한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을 인권 개선과 연계해 조건부로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반인권적 행태”라고 비판 했다.

허 교수는 법륜스님의 주장에 대해 “교류협력을 통해 생존권을 먼저 보장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인권문제가 갖고 있는 정치, 사회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 체제, 정권의 붕괴는 북한 국민이 결정할 문제이며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국민저항권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닫힌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체제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