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

지난 5일 북한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며 종전선언이 채택된 후에도 주한 미군이 남아있어도 된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김정은이 언급한 내용을 깊이 분석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이야기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자기가 생각하는 비핵화란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위험과 전쟁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말하는데 김정은의 비핵화는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군대가 한반도에서 없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 군대도 핵무기를 포기하겠으니 한국도 남한에서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군대를 내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정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전선언이 나온 후에도 주한 미군이 남아 있게 된다고 말함으로써 종전선언후부터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과도기 기간 핵무기를 가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북한도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종전선언 후의 한국의 안보환경에 대한 인식에서 북한과 한국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종전선언이후 한국에 주한 미군이 남아 있어도 된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지금까지 요구해온 주한 유엔군 사령부 해체문제와 정전협정폐기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일부 사람들은 종전선언이 체결된다고 하여도 평화협정체결 전까지 정전협정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며 따라서 한반도 안보환경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종전선언은 정전상태를 끝장내는 선언이므로 정전협정이 소멸되여야 하며 그렇게 되면 정전협정 관리자인 주한 유엔군 사령부는 자연해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주한 미군의 존속문제는 언급하면서도 지금까지 주장해온 유엔군사령부 해체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 좀 이상합니다.

현재 주한 유엔사령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할 경비부대 파견 및 운영,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결국 유엔군사령부는 상징적으로 나마 북한과 접전지대를 관리하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남한을 전면적으로 공격하는 경우 제일 먼저 유엔군 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는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이 공격을 받게 되므로 유엔군 사령부가 즉시 개입하게 됩니다.

현재 유엔군 사령부에는 한국전쟁에 참가하였던 16개 성원국이 망라되여 있어 법률적으로 한국전쟁에 즉시 개입할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수십년 동안 유엔군 사령부를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난해왔습니다.

만일 종전선언채택으로 유엔군 사령부가 해체된다면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 경계초소에 대한 관리는 한국군이 넘겨 받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유엔군의 즉시 개입하는 구조가 없어져 느슨하게 나마 한국방어에 수많은 나라들을 개입시켜 놓고 있던 한국의 안보환경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9월 18일부터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게 됩니다.

한국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유엔군사령부 존속문제와 김정은의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비핵화냐 아니면 주한 미군철수까지를 의미한 한반도 비핵화냐에 대한 개념문제를 북한, 미국과 명백히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종전선언 채택 시 이 문제를 애매하게 남겨준다면 선언채택 후 유엔군 사령부가 그대로 있는 경우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압박할 것입니다.

종전선언 후의 유엔군사령부 문제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모호하게 계속 남겨두면 설사 종전선언을 발표한다고 하여도 대결과 불화의 씨는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 최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발간을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체제의 실체를 진단하면서 대(對)북한 전략 구축 및 북한 변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태 전 공사의 칼럼을 매주 1회 게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