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중앙일보 정면충돌

▲ 중앙일보 편집국으로 향하는 탈북자들을 사내 보안요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탈북자 30여 명이 3일 오후 5시 중구 순화동 소재 중앙일보 사옥에 진입, 이날 중앙일보 1면에 보도된 ‘위장귀순 간첩활동 탈북자 100여 명 내사’ 보도에 항의하며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 탈북자들은 <숭의동지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등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 보안 직원들과 탈북자들이 충돌,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6시경 경찰 병력 2개 중대가 투입, 사태가 진정됐다.

참여정부 들어 언론사 내부에 경찰병력이 출동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숭의동지회> 김주석 회장을 비롯, 탈북자 단체 대표로 구성된 항의 방문단은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4시 30분 경 로비에 도착, 편집국장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면담을 요구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중앙일보 측의 반응이 없자 탈북자들은 편집국장실로 진입을 시도했다.

1층 로비 출입구에서 사원들의 제지를 뚫고 사옥 2층으로 진입한 탈북자들은 뒤늦게 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온 보안요원들과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탈북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중앙일보 측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 5시 50분 경 대표단과 편집국장의 면담을 주선하기에 이르렀다.

탈북자단체, 보도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

경찰 병력은 5시 55분 경 사옥 내로 진입, 사태를 진정시켰으며 편집국으로 향하는 출입구를 전면 봉쇄했다.

<숭의동지회>를 비롯한 탈북자 단체 대표들은 중앙일보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경찰의 일상적인 정보활동을 마치 탈북자 100여 명이 구체적인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전체 탈북자 생존을 크게 위협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탈북자 김영순씨는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기관이 탈북자를 면밀히 심사하고 일정기간 내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언론이 탈북자 100여명이 간첩혐의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우리 탈북자를 간첩으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과 같다”며 분노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탈북자 범죄율 보도, 브로커 문제에 이어 탈북자 100명 간첩 내사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내사를 탈북자 100여명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과잉 선정보도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탈북자 단체 대표들은 이번 보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중앙일보 관계자는 “이번 보도는 사실보도이기 때문에 정정보도는 내보낼 수 없다”며 “그러나 탈북자 단체에서 반론보도문을 보내올 경우 게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측은 또 “이번 보도로 탈북자들 전체에 우려를 던져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