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300kg 가져와라”…북한 9군단, 병사에 ‘낟알 휴가’ 줬다

‘콩음식 급식’ 김정은 명령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소식통 “가족에게도 부담”

김정은 현지지도
2019년 10월 조선인민군 제810군 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일부 군단에서 군인들을 선발, ‘낟알 휴가’라는 명목으로 고향집에 대거 급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9군단 자체 판단에 따라 재력이 있는 군인들이 부대에 필요한 낟알을 가져온다는 조건으로 휴가를 떠났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군부대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군관, 하전사들에게 10~20일간 장기 외출을 허락해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조치로 15~20일 동안 군인들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김정은 무력 총사령관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한 군단 내부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총화·검열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일단 지난 5월 초 총사령관 명의로 “군인 영양실조 실태가 험악한 수준”이라는 지적과 함께 “군인들에게 일일 한 끼 콩음식(콩비지나 콩우유 등)을 급식시켜야 한다”는 지시가 하달됐다.

최고지도자가 “콩 급식을 집행 못 하는 지휘관은 가차 없이 처벌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당연히 부대 내 콩 재고량이 턱없이 부족한 군단 지휘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9군단 후방지휘관은 가정 형편이 비교적 넉넉한 군인들을 선발하는 절차에 돌입했고, 부대 참모부는 ‘출장 명령서’를 즉시 발급해줬다고 한다.

여기서 출장 명령서엔 ‘임무 수행’이라는 명목을 내걸었다. 반드시 이행해서 검열에서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군단 지휘부의 절박함이 묻어 나온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대체로 ‘콩 휴가’라고 했는데 이번엔 ‘낟알 휴가’라는 명칭을 내걸었다”면서 “군인들에게 콩이면 더 좋고 아니면 쌀이나 강냉이(옥수수)라도 맞는 양을 가져오라는 임무를 줬다”고 전했다.

북중국경지대인 북한 함경북도 남양 일대에서 이동 중인 북한 군인 모습(기사와 무관).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1인에게 주어진 목표치는 콩 300kg이라고 한다. 또한 2기 전투정치훈련(하기훈련, 7월 1일 시작) 시작 열흘이나 일주일 전에는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짧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양을 가져와야 한다는 부담을 일반 병사나 그 가족에게 지웠다는 뜻이다.

또한 병사들의 고향 주민들에게까지 이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도둑질이 성행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난이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세력인 군에까지 깊이 침투했다는 징후가 지속 포착되고 있다.

최근 본지는 부대 내 영양실조 문제 퇴치 일환으로 보양소를 임시 운영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탈영 등 군 기강(紀綱)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나온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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