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하노이 이후 북한의 ‘다음 수’는…다음주 베일 벗겨지나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

하노이 결렬 이후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북미 관계가 다음 주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오는 11일 북한에서는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돼 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지만, 이번 회의는 새로이 대의원들을 뽑아 열리는 회의인 만큼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 구조 재편과 주요기관 인사, 북한의 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최고인민회의 직전에는 보다 중요한 노동당의 회의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이라고 밝힌 예고가 노동당 회의나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료와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이런 북한 일정에 하나의 변수는 오는 1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해 11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이 정상회담에서 향후 북미 협상을 어떻게 재개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향후 전략도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결정을 한미정상회담 뒤로 미룰 수도 있다. 11일 최고인민회의는 이미 예고된 만큼 노동당 회의 일정을 다소 늦출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자세강경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지금 입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식 비핵화, 즉 영변 외 지역까지 포괄하는 비핵화에 선뜻 응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굶어죽고 얼어죽더라도 버릴 수 없는 것이 민족자존”이라거나 “물과 공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말들이 북한의 자세를 상징한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강경노선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위성 발사나 미사일 발사로 판을 깨트리는 선택을 할 경우, 미국과 다시 사생결단의 싸움으로 갈 수 있다는 결심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협상의 판이 깨지고 다시 찾아오는 위기는 이전의 위기보다 훨씬 더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강경노선 선택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의 내부 사정이다. 최근 대북매체들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원료 공급이 원활치 않아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식량 사정 또한 좋지 않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수확량은 495만 톤으로 최근 10여 년간 가장 적었다고 한다. 장마당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1990년대 중반처럼 대량 아사자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제 춘궁기가 다가오는데 식량부족과 물자부족 등이 겹치면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다. 또, 대북전문매체인 데일리NK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선양의 보위원들까지 탈북하는 등 동요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한다.

김정은 위원장, 어떤 선택할까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은 피하면서 당분간 ‘버티기’ 전략으로 갈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자력갱생의 기치하에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면서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강경노선을 다시 치켜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대외적인 위기조성을 통해 내부 불만을 잠재워왔던 것이 북한의 기존 대응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다음 주가 한반도에는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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