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가방 끌어안고 죽은 ‘꽃제비’ 보고 결심”

19일 제작 발표회에 자리를 함께한 ‘크로싱 3인방’. 왼쪽부터 김태균 감독, 극중 김준이 역을 맡은 신명철 군, 주연배우 차인표씨.ⓒ데일리NK

탈북자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제작 캠프B)’이 18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제작보고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영화의 주요장면과 제작다큐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감독과 배우와의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영화제작 과정에 있었던 어려움과 제작자, 배우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소회를 털어놨다.

5월 상반기에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평범했던 북한의 어느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생활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탈북과정, ‘꽃제비’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어린 아이의 슬픈 이야기를 100여명의 탈북자의 증언에 기초해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인기 없는 탈북자 문제를 주제로 한 영화 제작이 주저됐지만,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를 떠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마음이 움직였다”며 영화 제작을 결심하는데 까지 쉽지 않았던 심경을 고백했다.

극 중 김용수 역을 맡은 차인표씨는 ‘인터넷을 통해 함경북도 청진에서 가방을 끌어안고 죽은 북한소년의 모습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 했다. ⓒ데일리NK

‘크로싱’은 실제 국제사회에서 이슈화 됐던 탈북자 25명의 ‘2002년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을 모태로 제작됐다. 영화는 북한의 한 평범한 가정에서 병든 부인의 결핵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차인표(김용수 역)와 어머니 죽음에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아들 신명철(김준이 역)과의 131일, 8000km의 ‘엇갈림(crossing)’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날 김 감독은 “6개월 여간 100여명의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시나리오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고, 출판, 구술, 영상자료 등을 통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며 “탈북자 인터뷰과정에서 모두가 눈물을 흘려야 했고,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작가와 함께 눈물로 작업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10여년 전 다큐를 통해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시궁창 물에 씻어 먹는 ‘꽃제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차인표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탈북자’라는 주제가 관객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며 몇 차례 출연을 거절했던 사실을 털어놨다. 이어 “이후 인터넷을 통해 함경북도 청진에서 가방을 끌어안고 죽은 북한소년의 모습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600대 1의 경쟁을 통해 선발된 아역배우 신명철 군은 “북한 아이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느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촬영과정에 대해서는 “연기 안하면 집에 못 간다는 심정으로 했어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함경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북한마을’ 세트를 강원도와 몽골에서 재현했다. 차인표는 현실적인 표현을 위해 촬영 두 달 전부터 탈북자와 밀접한 생활을 통해 극 중 배역을 원만히 소화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을 비밀리에 진행한 것과 관련, 김 감독은 “영화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자칫 정치적으로 오해될 수 있어서였다”며 “촬영중 연기자와 스텝 중 탈북자들이 있어 북한으로 송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0:1의 경쟁율을 뚫고 김준이 역에 캐스팅 된 신명철(11세)군은 영화 촬영을 통해 ‘북한 아이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느껴 힘들었다’고 밝혔다. ⓒ데일리NK

차인표는 영화촬영을 마친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극 중 아들 준이는 11살로 실제 아들과 나이가 같다”며 “폭력, 규제, 굶주림과 맞닿아 있는 한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볼 수 있었다. 강한 부성애를 느끼며 작업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영화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탈북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하기 위해 근육이 많은 차인표 씨에게 런닝 이외의 운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차인표는 몽골에서 촬영도중 갑작스럽게 몸이 아파 4일, 80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연을 전하며 “4일 후에는 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선택한 경우는 아니지만, 인물로 빠져드는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이 영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먼 나라의 지어 낸 얘기가 아니라,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상황이다”며 “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조금이라도 커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차인표는 “나는 좌파우파와 같은 정치적인 것은 모른다. 굶는 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곳이 아프리카든 북한이든 난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크로싱’은 현재 막바지 녹음, 편집 작업 중이며, 5월 상반기 관객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