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활고 가중되자 北 “해외 친척에 편지써 도움 호소해라”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보위부를 통해 해외연고자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좋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정부는 지난 12월 말 전염병(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로 주민들의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과 관련해 해외연고자 주민들은 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편지를 써서 어려움을 호소해도 좋다는 지시를 내적으로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는 봉쇄로 인한 밀수 중단으로 국경 지역 주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국경과 다소 떨어진 내륙의 주민들조차도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은밀하게 해외연고자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보위부는 해외연고자 주민들에게 외국에 편지를 써도 좋다는 것이 당국의 지시라고 전하면서 ▲정치적으로 모호한 내용을 쓰면 안 된다 ▲잘 지내느냐 정도의 평범한 문안 인사와 함께 생활이 어렵다는 호소는 적극적으로 해도 된다 ▲비루스(바이러스)가 없어지면 곧 놀러 오라거나 놀러 가겠다는 내용을 써도 된다는 등 편지의 내용으로 적합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일러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정부는 보위부가 편지의 내용을 분석한 뒤에 주민들이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전처럼 질질 끌지 말고 해외연고자들에게 빨리 편지가 닿을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돈을 받게 되는 경우, 도당이나 도 관할 무역 기관들이 수수료를 떼고 받아주도록 하라면서 액수가 높을수록 수수료를 적게 받으라는 지시를 함께 내리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지자 간부들부터 환호하는 분위기”라며 “도당 간부들과 보위원들이 우선 발 벗고 나서는데, 그들은 주민들에게 ‘이렇게 해서라도 살라는 것이 국가의 뜻’이라며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이미 세대교체가 돼 해외연고자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면서 탈북민 가족들을 내놓고는 해외연고자가 있느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