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 시설 철거 협의’ 北 요구에 “실무회담하자” 역제안

금강산 문화회관
금강산관광지구 내 외금강호텔에서 바라본 고성군 온정리 마을과 금강산 문화회관. /사진=연합

정부는 28일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앞서 25일 북한이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해온 데 대한 역제안인 셈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와 현대아산은 오늘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전달했다”며 “정부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남북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금강산 관광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대아산은 당국 대표단과 동행해 북측이 제기한 문제와 더불어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실무회담 날짜와 장소 등과 관련해 정부는 편리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북측에 실무회담을 요청한 것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보다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변인은 지난 25일 열린 금강산관광 관련 북측 통지 내용 및 정부 대응방향에 대한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금강산관광 사업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또 고려할 사항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면서 방안을 만들어나가겠다”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의 관점에서 국내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국제적 조건도 같이 검토해 나가면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통일부와 현대그룹 앞으로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온 바 있다.

북한은 사실상 시설 철거를 염두에 두고 남측 정부 등 이해당사자가 금강산 지구에 들어와 시설을 철거할 ’날짜‘에 합의하자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차제에 금강산 관광 재개 및 활성화라는 기조하에 관련 문제를 다각도로 논의하고 ’창의적 해법‘을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이상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와 관련한 북측의 통지 내용과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와 관련해 이 대변인은 “창의적 해법은 국제 정세와 환경 그리고 남북 간의 협의와 또 남북관계 진전, 또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하고, 또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서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강산 지역은 관광지역으로서의 어떤 공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의 만남의 장, 사회문화 교류의 공간 이렇게 3개의 기능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며 “창의적 해법이라는 것도 이러한 세 가지의 어떤 기능적 공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근거한 창의적 해법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대변인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관광이라는 분야에 대한 어떤 전략, 또 나름대로 관광을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어떤 방안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에 따라서 북측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모든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 나가면서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북한이 실무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애초에 협의 방식을 ‘문서교환’으로 제안한 것 자체가 당국 간 직접 대면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일단 대북 통지문을 보냈기 때문에 북측의 반응을 당연히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면서도 “금강산관광 문제는 어쨌든 당국 간의 만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저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