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轉用 가능성 시멘트·중장비 지원할까?

“내부 협의 중이다. 그러나 큰 흐름은 북측과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 수해지원이 조속히 이뤄지는 방향에서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수해지원 제의 일주일 만인 10일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며 수용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11일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수해지원 제의 수용에 응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북한의 품목·수량 요구에 다각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요구(협의)에 기본적으로 응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고도의 전략적 주고받기 게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반응에 대해 쌀과 시멘트, 중장비 지원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북측은 우리 측의 영·유아 긴급지원 물품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쌀과 시멘트를 요구한 바 있다.



다만 현재 정부는 쌀과 시멘트 등 북측의 희망사항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어떤 품목과 수량을 원하는지 들어보고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고, 여의치 않으면 더 얘기를 할 수도 있고, 시기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용 가능성이 높은 쌀과 시멘트, 사용 후 군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중장비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숙제는 또 있다. 우리 정부는 수해지원 협의를 위해 대면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측은 문서 등으로 교환하자면서 사실상 ‘비대면’ 접촉을 요구했다. 당국자는 “효과 면에서 대면접촉을 하는 것이 좋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는 토대에서 일(수해지원)이 성사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과 품목과 수량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칫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중장비 지원 등을 고수할 경우 수해지원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가 “협의가 우선”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수해지원 협의 과정에서도 북측은 쌀과 시멘트 등을 요구하고, 우리 측은 생필품과 의약품 위주로 영·유아에 대한 긴급지원 물품을 우선 지원하고 북측의 요구사항은 추가 협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북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수해지원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밀가루를 지원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들의 대북 수해지원 핵심 품목도 밀가루다. 그러나 밀가루만으로 북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쌀과 시멘트, 중장비 지원에 대해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다. 쌀과 시멘트는 정부가 2010년 북측에 수해지원 물품으로 보냈다. 정부는 당시 쌀 5천t과 시멘트 3천t, 컵라면 300만개를 지원했다. 시멘트 총 1만t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나머지 7천t에 대한 지원은 중단했다.



그럼에도 쌀과 시멘트는 전용 가능성 때문에 상당한 내부 논란과 전략적 판단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쌀과 밀가루를 지원해도 인도적 수준 이상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인도적 수준의 한도를 5만t 또는 10만t 이내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굴착기 등을 포함한 중장비는 수해 복구 이후 군 시설 건설 등에 지속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커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