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끼’로 인기 끈 北배우

최근 연예계에서 속된 말로 ‘끼’를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인기가 좌우된다.

북한에서도 주체할 줄 모르는 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있다.

19일 입수한 북한의 예술잡지 ‘조선예술’ 3월호는 “배우에게 있어서 예술적 재능은 생명과 같다. 그런 것만큼 배우는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한 재간인 예술적 장끼(장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장기를 가진 배우로 국립희극단의 리순홍, 인민배우 오향문-오미란 부녀, 희극배우 김세영 등을 꼽았다.

잡지는 “배우의 예술적 장끼란 한마디로 말해 형상(표현)을 잘 할 수 있는 배우의 독특한 재주나 재간이며 그 배우에게만 있는 고유한 기질적 표현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국립희국단의 리순홍(47)은 1인극을 전문으로 하는 희극배우로, 혼자서 전혀 다른 성격의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는 ‘천의 얼굴’로 유명하다.

조선예술은 그를 “여러 인물의 말을 그 인물의 성격적 특질, 연령, 성별, 정황과 계기에 맞게 희극적으로 정확하게 구사해 낼 줄 아는 독특한 재간을 가졌다”고 평했다.

연기 뿐만 아니라 대본도 창작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출연한 ‘도깨비 장물’, ‘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불량배 대통령’, ‘때늦은 후회’ 등도 썼다.

남한 출신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배우 오미란의 아버지인 연극배우 오향문(?-2000)은 내면 심리연기에 탁월했다.

잡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사(才士)라고 격찬한 오씨에 대해 “어떤 인물 배역도 그 사람의 내면 심리세계를 대사로 그려낸다”고 말했다.

천세봉의 소설을 각색한 ‘석개울의 새봄’ 등에 출연한 그는 조선번역영화제작연구소 성우로도 활동했다.

아버지와 같이 인민배우인 오미란(51)은 배역 인물을 소화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잡지는 그에 대해 “다양한 양상의 역인물(배역)을 진실하게 형상해 우리 관중과 매우 친숙해 지고 있다”면서 “그의 장끼는 예술영화 ‘도라지꽃’, ‘생의 흔적’, ‘곡절 많은 운명’ 등의 여주인공 형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내면 심리적인 연기형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다 1980년 ‘축포가 오른다’로 데뷔한 이래 제1회와 제2회 평양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상을 받았고 1990년 남북영화예술제(뉴욕)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은 북한 최고인기 영화배우다.

김세영(1923-1989)은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40대 중반에 희극배우로 전환, 명 희극배우 반열에 올랐다.

그는 “희극배우로서 화면마다 독특한 인간성격을 창조할 줄 아는 희극적 장끼를 가진 특기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1950년 12월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전속 영화배우로 데뷔한 그는 1960년대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1969년에 풍자극 ‘보충병’에 캐스팅되면서 희극배우로서 인생을 활짝 꽃피웠다. 그가 출연한 대표작으로는 ‘우리 집 문제’, ‘공중무대’, ‘사과 딸 때’, ‘두 선장’ 등이 있다.

그는 1985년에는 이산가족 북측방문단원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