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실무그룹 “北 KAL기 피랍자 ‘자의적 구금…석방·배상해야”

황인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유엔에 제출한 진정서의 흑백사진에서 황원씨가 당시 2살인 황인철씨를 안고 있다.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은 북한이 이른바 ‘KAL기’를 납치해 ‘황원’ 씨를 ‘자의적 구금’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WGAD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정문에서 “북한 요원의 대한항공 여객기 공중납치에 의한 황 씨의 신체적 자유 박탈은 법적 근거나 정당성이 없다”며 “북한은 황 씨를 계속 구금해 세계인권선언 제9조 및 자유권규약 9조 1항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51명의 승객이 탑승했던 대한항공 YS-11기를 1969년 12월 11일 납치해 북한에 강제 착륙시켰다.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1970년 2월 14일 39명을 송환했으나 황원씨를 비롯한 나머지 승객 7명과 승무원 4명은 돌려보내지 않았다.

WGAD는 “황원 씨를 즉각 석방하고 국제법에 따른 배상권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 구제라 판단한다”며 “ 황원 씨 구금에 대하여 북한 정부가 완전하고 전면적인 독립 수사를 보장하고 책임자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강제 억류자가 없다’고 주장한 북한 당국의 주장에 대해 유엔 산하 기구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묻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결정서는 황 씨 아들인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가 지난해 5월 부친 납북을 ‘자의적 구금’으로 판정해 달라며 WGAD에 제출한 진정서에 대한 조사 결과 및 권고 조치다.

황 씨의 아들인 황 대표는 “아버지 등 11명의 송환을 위해 노력한 지 20년이 됐다”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엔이 인정해준 데 대해 자그마한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WGDA는 북한에 황원 씨에 대한 모든 후속조치를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WGAD는 “북한 정부는 (결정문) 후속 조치로서 황원 씨의 석방 여부, 황원 씨에 대한 배상 여부, 황원 씨의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 실시 여부와 그 결과에 관한 정보를 제공을 요청한다”면서 “결정문 통지 6개월 이내에 관련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유엔인권이사회가 1, 5, 11월에 열린다는 점에서 다음 회기 전까지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어 WGAD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모든 국가가 WGAD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에 권고안 이행을 촉구했다.

황 대표를 대리해 WGAD에 진정서를 제출한 신희석 TJWG(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