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위 참석 김태진] “한국 정부 태도에 관심도 없더라”

▲ 31일 UN 본회의장에서 북한인권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장면

‘북한인권결의안’이 유럽연합과 일본의 주도로 11일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 의제로 공식 상정됐다.

15일 표결을 앞두고 있는 결의안은 전 세계 45개 국이 공동 발의, 북한인권문제의 국제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12일간 제네바, 런던, 브뤼셀 등 유럽지역을 돌며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고, 9일 한국으로 돌아온 김태진 씨(49. 요덕수용소 출신)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네바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북한인권 심각성, 국제적 동의

– ‘제61차 UN 인권위원회’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 증언 중인 김태진 씨

우리는 29일 제네바에 도착, 3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31일엔 UN 본회의장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증언했다. ‘회령 공개처형 동영상’이 상영된 후 김영순 씨, 나, 박상학 씨 순으로 증언했다. 박상학 씨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제작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600여 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증언 후에는 영국 빌 람멜(Bill Rammell) 외무차관,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n) UN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알렸다.

– 공개처형 동영상 상영과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참가자들 반응은 어떠했나

당초 주최측에서 참석자를 40여 명으로 예상했는데, 1백 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모였다. 관심이 높았다. 참석자들은 북한실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우리의 증언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인 만큼 실질적 대응책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에게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해 동의했다. 모두들 북한인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했다.

국제사회, 한국 정부 반응에 관심없다

– 한국 정부는 어떠한 태도를 보였나

회의장에 참석한 것 같긴 했지만, 직접 만나보진 못했다. 현지 대사관에서는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태도에 대해 관심도 없다. 나도 이제 한국 정부의 반응은 관심 밖이다.

-런던과 브뤼셀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을 했나

영국 정부 관계자는 주영 북한대사에게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명단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해명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 7월부터 영국이 EU 의장국이 되는 만큼, 북한인권문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우리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브뤼셀에서는 EU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문제를 강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런던과 브뤼셀 방문에서는 영향력 있는 관계자들을 만나 로비활동을 벌이는 데 집중했다.

EU 중심 인권개선 압박 기대

▲ 31일 행사장에 각 국가 대표단 1백여 명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유럽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관리들에게 어떤 내용을 주문했나

이들도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법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정책을 폈으면 좋겠는지 건의했다. UN의 북한인권결의안 같은 형태의 노력을 EU에서도 해주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또한 북한인권실태에 대한 생생한 자료, 직접적 증언이 꾸준히 제기될 수 있도록 유럽지역에서 북한인권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EU 의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곧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 12일 동안 증언하고 돌아왔는데, 이번 행사를 총평한다면

우리가 좀 더 결정적인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일이란 북한실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들을 제시하고, 북한전문가를 육성해 북한의 현실을 알릴 수 있는 계속적인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 물에 빠져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