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 訪北, 미사일국면 과연 어디로?

▲ 우다웨이 부부장 일행이 10일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우 부부장. ⓒ연합뉴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 발사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중국이 연기 요청한 안보리 결의안 표결을 15일까지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북-중 간의 교섭 결과와 미•일의 반응 여하에 따라 결의안 향방이 결정된다. 북-중 접촉 이후 미사일 해법을 두고 6자회담 참가국 간의 의견 차이가 커질 경우 6자회담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

우다웨이 부부장의 방북기간 동안 북한의 태도가 우선 변수다. 북한의 반응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점칠 수 있다.

먼저 중국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비공식 6자회담에 나와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다. 두번째,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동결된 2천4백만 달러의 ‘先 해제’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요구를 뿌리치면서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고집하며 미사일 국면을 장기화 하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대북제재 결의안을 피하기 위해 비공식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제재 결의안이 미사일 금수에다 군사적 옵션(유엔헌장 7장)까지 가능해 일단은 궁지에서 탈피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비공식’이라는 점을 앞세워 북한의 체면을 세워 주면서 ‘사실상의 비공식 북-미 양자회담’이라며 참가를 권유할 공산이 있다.

북, 추가발사 유예와 BDA 계좌해제 교환 요구할 수도

중국은 이번 북-중 접촉을 앞두고 10일 안보리 대북결의안 표결 연기를 요청했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최대한 확보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비공식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의견을 표명할 경우 안보리 결의안은 중국이 제안한 의장성명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후 북한은 비공식 6자회담에서 미사일 추가발사 유예와 BDA 동결계좌 해제의 교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같은 수순은 미국과 일본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예라는 성과를 중국 측에 안겨주면서 일본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결의안에 결과적으로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중국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의 여지를 남겨둔 대북제재결의안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이 비공식 6자회담 참가 권유를 아예 거부하고 미사일 추가 발사 위협 등으로 미-북 양자협상을 계속 촉구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이 유엔의 제재결의안까지 감수하겠다는 포석으로, 중국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이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도 6자회담 중재를 계속하려는 노력을 할 수는 있으나 미국과 일본의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대북제재 결의안 거부돼도 미-일 제재는 계속

또 이 경우 북한은 미국과 전면적인 긴장, 즉 93-94년 제1차 핵위기와 같은 본격적인 벼랑 끝 노선에 의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촉발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만경봉호 이외에 추가적인 북한선박 입항금지, 대북송금 중단 및 조총련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령에 따른 제2차 금융조치를 발동할 수도 있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송유관 일시적 차단도 촉구할 수 있다.

문제는 10년 전과 지금은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데 있다. 지금 부시 행정부는 벼랑끝 전술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 쏠쏠한 재미를 봐왔던 벼랑 끝 전술이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고 나오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현 시점에서는 북한이 중국과 적절한 절충을 통해 비공식 6자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일단은 더 커 보인다.

북한은 중국을 끌어들여 유엔 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략을 앞세우겠지만 결국에는 6자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벽에 부딪힐 것이다.

이번 북-중 교섭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또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6자회담 복귀’라는 대응원칙을 지킬 경우 북한은 계속 미-일의 제재냐, 회담복귀냐는 카드만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미사일 추가 발사라는 강공으로 계속 나간다 해도 결과는 비슷해질 뿐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