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북미접촉에 촉각

제4차 북핵 6자회담 사흘째인 28일 세번째 북미 접촉이 이뤄지면서 협상 결과물을 내기 위한 참가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날 참가국 간 양자접촉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지만 메인 이벤트는 오전 9시부터 2시간 40분에 걸쳐 진행된 북미 양자협의였다.

첫번째인 25일 1시간 20분 동안 탐색전을 벌이고 개막일인 26일 오후 두번째 접촉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보따리를 대충 풀어놓은 데 이어 이날 협의에서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협의는 종전 1∼3차 6자회담에서 단순한 접촉 형태에 머물렀던 북미 간 만남이 이젠 ‘협상’ 수준으로 격상된 것으로 풀이돼 접촉 형식과 내용 면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날은 전날 기조연설을 놓고 행간의 의미를 서로 파악하고 나아가 쟁점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다른 참가국들도 이날 오전 북미 협의에 이목을 집중시켰고 댜오위타이(釣魚臺) 회담장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팽팽한 긴장감 만큼이나 북미 협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협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북미간 이견이 커 실질적인 진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양측이 쟁점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핵포기의 조건 등 2∼3가지로 좁히고 실무적이고 건설적인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희망 섞인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 때문에 이날 오전 각 국에서 수석대표을 포함해 4명씩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소인수(소규모) 회의도 다음 날로 미뤘다.

이번 회담의 주된 당사자인 북미 접촉이 어느 정도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 접근을 봐야만 수석대표들이 이번 회담의 향후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지금까지 전체회의와 양자접촉을 보니 의견접근을 볼 수 있는 부분과 접근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구분되고 있다”면서 나사를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암나사와 수나사가 맞는 부분은 그대로 끼울 수 있는데 맞지 않는 부분은 깎고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본국 훈령도 받아야 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있는 중”이라며 “결과를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협의에 대해 “양쪽 어느 대표도 협의에 대한 평가를 실패라고 하지 않았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협의에 이어 열린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이 주최 오찬에서는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대어(大魚)를 낚아 올리자’는 말이 화두가 됐다.

낚시터라는 뜻을 가진 ‘댜오위타이’와 공동문건을 연상시키는 ‘대어’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비유였기 때문이다.

다이빙궈 부부장은 특히 “4차 회담 분위기가 아주 좋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후에는 한미 양자협의가 관심사가 됐다.

한미 양국은 이 자리에서 오전의 북미 협의 결과를 공유하고 대책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순 차관보는 “어제부터 자기 생각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처음에는 물잔에 물이 빨리 차겠지만 그 다음에는 물방울로 채워진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29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간 네번째 양자협의에서는 세번째 협의 결과에 대한 평양과 워싱턴의 훈령을 바탕으로 핵심쟁점에 대한 수정된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알렉세예프 차관이 30일께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협의 속도에 따라서는 페막일이 내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우리 대표단 숙소인 중국대반점에는 일본의 차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심의관이 방문, 우리측과 40분 가량 협의를 가져 양자협의가 다양한 채널과 형태,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남북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6자회담이 주된 대화 소재로 올라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위한 큰 틀을 만들자며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