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배 아프면 ‘아편’ 복용… 북한, 의약품 부족 폐해 ing

소식통 "미열·설사·구토 등 경미한 증상에도 아편 복용...중독으로 사망하기도"

아편, 마약, 빙두
함경북도 청진 라남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아편가루.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의약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이 주민들이 최근 약품 대신 아편 등 마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복통을 호소한 어린아이에 아편을 먹이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이 미열, 설사, 구토 등 경미한 증상에도 아편과 같은 마약류를 복용하고 있다.

국경봉쇄 전에는 항생제, 해열제, 소화제와 같은 기본 약품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약품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소득이 적은 일반 주민들은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진통제인 정통편은 국경봉쇄 후 1년 만에 가격이 140% 이상 폭등했으며 그 외에도 신장약, 수면제 등 중국 수입약 대부분이 국경봉쇄 이전보다 13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북한, 약 품귀 현상으로 가격 폭등… “진통제 140% ‘껑충’”)

또한 이후엔 수입 정도에 따라 1000~2000원 정도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 약품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최근에는 어린아이들도 아편에 노출되고 있다. 소식통은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설사를 하면 부모들이 쉽게 아이들에게 아편을 준다”며 “예전에는 지사제도 있고 항상제도 집에 구비해 놓고 있었지만 지금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약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주민들은 갓난 아기에게도 아편을 먹이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 의약품 부족으로 아편이 약품을 대신하면서 어린이들의 아편 오남용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마약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협동농장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40대 남성이 최근 마약 중독으로 인한 환각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

이 남성의 사인은 영양실조였지만 심각한 아편 중독으로 사망하기 수개월 전부터 체중이 감소하고 기력이 없어 출근하지 못하는 등 마약 부작용을 겪어 왔다.

지역 보위원도 그가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보위부가 협동농장과 결탁돼 뇌물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고나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지난 7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국제사회 제도의 안정과 인민의 생명 건강을 해치는 위법 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항들”이라며 마약범죄 방지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후 약품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제약공장과 화학공장 및 국가과학원 등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마약류 관리에 대한 검열을 진행했지만 개인들이 재배하고 생산하는 식물성 마약에 대한 단속까지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당장 약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마약류를 쓰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국가가 단속할 수 있겠냐”며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국가에서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