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격 및 경제활동 허가 국가가 직접 통제”…北, 법체계 보완

최근 개정된 사회주의상업법-편의봉사법 살펴보니... “관리 일원화-재정 확충 노렸다”

대성백화점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성백화점을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개정된 북한 경제 관련법에는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을 규정하고 모든 상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최된 당 전원회의의 후속 조치로, 앞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상거래 행위와 개인이 운영하는 기업소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근 사회주의상업법 조문 1개와 편의봉사법 조문 3개의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했다. 매체는 이번 법 개정에 대해 “국가의 상업 정책을 철저히 집행하고 편의봉사망을 합리적으로 조직하여 늘어나는 편의봉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적 담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개정된 사회주의상업법에는 시장 운영뿐만 아니라 시장 가격 규제 준수에 대한 내용이 적시됐다. 평양 고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중앙에서부터 지방까지 각 경제 감독 기관이 시장의 관리와 운영을 지도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값은 물론 장세에 대한 요금 규정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상업법에 새롭게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정된 상업법은 기존 사회주의상업법 제9장 제86조의 조문을 보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이 발간한 <북한법령집>에 따르면 제9장 제86조는 ‘시장을 사회주의경제관리의 보조적 공간’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돼 있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한도 가격을 초과해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상업법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의 한도 가격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상품가격의 자율성을 허용했지만 새롭게 수정·보충된 상업법은 “상품 가격과 상행위 허가 요금 규정을 국가가 정한대로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시장 가격 통제는 제7차 5기 전원회의에서 내각 중심의 국가경제관리체제 강화를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발, 목욕, 미용, 가공업, 수선업 등 서비스 부문을 관할하는 편의봉사법은 “모든 기관기업소를 국영관리체계에 배속시켜 관리할 것”과 “수매상점의 수입 내역과 주문량을 포함한 회계보고서를 감독기구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충했다고 한다. 또 “국가 기관이 편의봉사용 자재와 부속품을 확보하고 기업소들의 수입과 수출 등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기존 편의봉사법에도 제4장 편의봉사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와 관련한 조문에서 편의봉사 관련 기업소에 대한 중앙의 관리와 감독을 명문화하고 해당 자재나 부품을 국가 계획에 맞게 보장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각 수매상점의 회계보고서를 중앙상업지도 관리감독기구에 제출하라는 구체적인 감독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번 법개정으로 북한 내부에서는 상업인들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식통은 “판매 품중에 따라 세를 세분화하고 시장 운영과 관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벌금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모든 국가에 귀속되므로 국가 입장에서는 관리를 일원화하고 국가 재정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기관들의 수입과 수출 등 활동 전반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내용도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경제법 개정은 상품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고 시장 영업과 관련된 세금을 확대해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이번 경제법 수정·보충은 시장을 사회주의 건설을 헤치는 독소라고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시장을 완전히 해체하거나 전적으로 국가 통제하에 둘 수는 없지만 점차적으로 국가상업중앙지도기관 소속으로 망라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셈”이라고 평가했다.

법개정 이후 내각 및 국가계획위원회 주도로 시장관리소에 대한 심화 검열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열에서는 회계 장부, 상품 유통 판매 허가 상태 및 인민들의 상품 선호도 등이 전반적으로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상업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번 경제법 개정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자금과 유통망을 통해 마련한 것인데 왜 국가가 조사하고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 나고 있다”며 “시장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화폐 개혁 때만큼 큰 혼란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평양시를 비롯해 대도시의 시장이나 편의 봉사시설, 개인 수매 상점, 개인 운영 사업소 책임자들은 개정안에 대비한 대처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정보력이 빠르고 수완이 있는 사람들은 영업 허가비를 더 부과하거나 재정 장부 검열을 강화하려는 국가의 의도를 간파하고 미리 사업소 문을 닫거나 검열 작업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입 상품들은 매장에서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