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중학교 교장, 외지에서 온 대기환자 숙박 도와줬다가 ‘해임’

평안북도 인민병원에서 보건인력의 방호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최근 북한 함경북도에서 도(道) 인민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대기환자에게 숙박시설을 마련해 준 청진시의 한 중학교 교장과 관계자들이 해임·철직됐다고 내부 소식통이 11일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수북중학교 교장은 도 인민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대기 환자들이 숙박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학교의 비어있는 교실을 내어 줬다”면서 “바로 이 점 때문에 교장과 관련 인물들이 최근 철직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도 인민병원에는 환자들이 넘쳐났다. 순서를 기다리느라 며칠씩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의사들은 돈 있고 권력있는 환자들을 우선 치료해줬다. 가난한 외지에서 온 환자들은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영업을 하는 개인 숙박집이 드물었다. 당국의 이동 통제에 따라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잠시 문을 닫은 경우다. 때문에 대기 환자에게는 ‘숙박’ 문제도 난제로 떠올랐다.

그러다 도 인민병원 인근에 있는 수북중학교 교장이 나섰다. ‘방학 재연장’ 지시로 비어있는 교실을 이들에게 내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은 이곳에 모여들었다. 숙박자들은 고마운 마음에 쌀 500g이나 옥수수 1kg 정도를 냈다고 한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청진시내에 소문이 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성한 학교가 환자들을 들이고 돈벌이를 한다”는 여론이 돌았다. 결국 시당(市黨) 차원에서 검열을 받았고, 비사회주의 현상으로 취급되어 교장은 해임·철직되고 경비를 담당하던 주민도 쫓겨났다.

교장은 철직되기 전 시당에 불려가 비판서를 쓰면서 “돈을 벌려고 한 짓이 아니다” “쌀과 옥수수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장이 해임되자 한편으로는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가난한 주민을 도와준 게 왜 죄가 되냐”는 목소리다. 나아가 “도 인민병원은 인민을 보는 게 아니라 돈부터 진단한다”면서 이 같은 병원의 행태를 항의하는 신소를 도당(道黨)에 제기한 주민들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