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개 대학, ‘국가인권위 규탄집회’ 연다

▲ 지난 11일 인권위 항의 방문 중인 대학생

서울지역 20여개 대학 3백여명의 대학생들이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본격적 활동에 나선다.

‘한민족 인권수호 대학생위원회(한대위)’ 소속 대학생 3백여명은 25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국가인권위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집회에는 북한의 참상을 표현한 대형 걸개그림과 사진이 전시되고, 풍물패 공연 및 인권위 행태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이들은 북한인권을 외면하는 정부와 국가인권위의 태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한대위는 “국가인권위가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한 보고서를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꺼린 일은 반인권적 행위”라며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의 존립근거를 허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인권위의 행보를 주시할 것이며, 인권위가 계속 침묵하면 전국의 대학으로 조직을 확대, 인권위 해산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오프 통해 지난 6월 모임 결성

‘한대위’는 북한인권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서울 시내 20여개 대학의 대학생들이 지난 6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모여 결성한 단체. 현재 서울대, 경희대,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20여개 대학 3백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주 1회 대학별로 정기적 모임을 갖고 북한문제에 대해 공부해왔으며, 이번 규탄대회가 첫 번째 대외활동이다.

‘한대위’ 공동대표인 김영조(고려대 법학과 3)씨는 “한대위는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단체”라고 소개하고 “대학별로 학내 모집을 통해 참여 학생이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주로 온라인과 자체 스터디 모임을 통해 운영되었지만, 25일 집회를 시작으로 본격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북한인권개선촉구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3백여명이 북한인권실태 보고서 은폐의혹과 관련, 국가인권위를 항의 방문한 바 있다. 15일에는 전국 10여개 대학 북한인권 동아리 학생들이 광복 60주년 ‘대학생 북한인권선언’을 발표하는 등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 아래는 성명서 전문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 성 명 서 –

최근, 북한 당국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명백한 인식 하에, 우리 ‘한민족 인권수호 대학생 위원회’는 비인간적인 인권 탄압을 중지할 것을 김정일 정권에 요구함과 동시에,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촉발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은 95년과 96년 연이어 발생한 기록적인 홍수 및 최악의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와, 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붕괴한 사회주의 경제권과 북한 경제가 안고 있던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 것으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북한당국에 의해 표면화 되면서, 그 동안 편견과 추측만 난무했었던 북한사회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948년 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50년대 말부터 사회를 지배하며 통제하고 있는 ‘주체사상’과 ‘수령 제일주의’와 같은 경직된 이념적 도그마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필연적으로 유린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어왔고, 최근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내․외부적 압력으로 인해 붕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서, 내부단속을 위한 탄압의 정도는 날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유엔의 4대 핵심 인권규약인「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협약」의 회원국임을 자임하며 특별히「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국제규약」부문에서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해 왔으나, 「자유권규약」의 부속선택의정서 가입을 유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인권문제가 거론될 때 마다, 소위 ‘우리식 인권’의 개념을 주장하며 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90년대에 발생한 대량의 기아사태로 인해 거짓과 기만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되었고, 오히려 국제사회에 자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임을 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불교운동본부에서는 350만,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는 150만에서 200만명의 주민들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 하였으며, 특별히 아동과 노인들이 다수의 피해자 이었다는 점은 안타까움을 넘어선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한편, 극심한 식량난은 대량의 탈북사태를 초래하였고, 이 과정에서 10만에 달하는 탈북민들이 중국과 기타 3국에서 노동력과 성(性)을 착취당하는 등 인권침해와 강제송환의 두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북한으로 송환된 주민들이 ‘민족의 반역자’로 낙인찍혀 철사에 코가 꿰어 공개처형 당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는 국경의 군부대에 집단수용소를 설치․운영하면서 주민들을 송환하고 있으며, 탈북민 문제를 중국과 북한간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탈북민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시민적 권리는 사법적 정의를 보장하는 사법체계의 부재로 인해 실종된 지 오래이며, 사회주의가 선전하는 ‘평등’의 실현조차 당국에 의해 임의적으로 설정된 성분분류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20만명 가량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정치범수용소의 상황은 지옥에 버금갈 정도로 악명 높은데, 최근 美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조선일보 강철환 기자는 저서 ‘수용소의 노래’를 통해 이러한 비참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처럼 비참일로를 달리고 있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수많은 국내․외 인권단체 및 종교단체들은 관심을 넘어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상황의 진전을 위해 2004년 9월, 북한 인권단체들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탈북자 망명을 허용하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지난 4월 열린 제 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3년 연속으로「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켜 북한 인권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제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인권문제-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같은 민족임을 내세우는 한국사회의 반응과 대응책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먼저 노무현 정부는 60차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을 표명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는 표명하고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지의 ‘북한인권문제 4원칙’을 제시하였다. 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2조에 의거, 정부의 대북 접근이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주지한 바와 같이 인권의 문제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정부와 여당은 기본합의서의 원칙론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향후 북한과의 교섭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반드시 거론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진보의 가치를 표방하며 국내에서 민주화, 인권운동을 주도해 온 단체들은 대부분 북한 인권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 이들은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남북협력 분위기를 저해할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는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현재 김정일 정권의 폭정에서 고통당하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이다. 남북협력은 김정일 정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설립되었으며,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속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1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초등학교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조차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명한 인권위라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할 것을 북한당국에 요구해야 할 것이며, 혹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 북한과의 협상시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권위의 설립 취지에 걸맞는 행위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김정일 정권에 요구한다.
김정일 정권은 비인도적인 인권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2. 대통령께 말씀 드립니다.
대통령께서는 향후 북한과의 협상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을 관계자들에게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님께 말씀 드립니다.
위원장께서는 속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여, 개선에 관한 권고조치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4. 국민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에서는 지금도 처참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동포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합시다.

2005년 8월 25일
한민족 인권수호 대학생 위원회 (공동대표 : 김영조, 서익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