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김정일 와병 확실…北급변 대비해야”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차기 미 행정부 및 관련국들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RFA에 따르면 차 교수는 이날 조지타운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김정일의 정확한 건강 상태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건강에 절대 이상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최근 김정일 건강 문제에 관한 보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에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며, 그러나 현재 미국은 물론 한국, 중국 등 북한과 밀접한 국가들이 “북한의 갑작스런 지도부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별다른 공동대책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김정일 후계 체제에 대한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가 그만큼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와 핵개발, 북한 지도부의 갑작스런 변화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지금은 아주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따라서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급변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관련들과 모종의 대응책을 조정하는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북한 지도부는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이 북한의 위기에 대해 거론하면, 이를 북한붕괴 대비론으로 인식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며 “차기 미국 대통령이 한국 혹은 일본 수뇌와 만나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하급 관리선이나 혹은 비정부 기구 인사들 간에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논의는 미국을 포함해 관련국 간에 꼭 필요한 것인데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질서가 무너지면 어떻게 할 건인지 각국 나름대로 생각도 있고 우선순위도 갖고 있을 것이지만, 이런 순위에 대해 관련국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한편, 그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매우 적은 성과지만 중요하다”며 “차기 미 행정부가 북핵 협상을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도 또다시 핵협상 과정에서 협박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미국은 북핵 협상의 진전을 위해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유엔결의안, 에너지 지원 연계 등 모든 자원을 다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