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료 먹지 못해 자라지 못한 것 보라”

북녘은 모내기 준비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북 차관급회담 남측 대표단이 1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 시내 자남산여관으로 향하는 동안 길 양편 논에서는 모내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개성의 늦은 봄소식은 남북회담 재개와 함께 찾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개성 날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추웠지만 16일 오전부터 화창한 날씨가 시작됐다고 북측 관계자들은 전했다.

0..개성공단에서 10여km 떨어진 개성시내로 가는 길목에는 연녹색 보리로 덮인 동산과 논으로 봄기운이 완연했다.

개성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도 1개월 전에 비해 포장이 진척된 상태였다.

개성공단과 개성시 봉동리 경계부터의 도로는 이전의 흙길과 달리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었다.

한 개성 주민은 집 앞 텃밭에 심은 남새(채소)를 다듬고 있었고 봉동역 인근에서는 20여명의 주민이 모여 바지를 걷은 채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북측 출입사무소에서부터 남측 기자단 버스에 동승한 북측 관계자는 모내기 용으로 논에서 준비 중인 모판을 가리키면서 “비료를 먹지 못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을 보라”고 말해 북측의 비료난을 시사했다.

0.. 개성의 풍경도 한 달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적지 않았다.
개성 남대문 인근 중심가 도로에서는 분홍빛 유니폼을 입고 거리청소를 하는 여성 청소부가 눈에 띄었다.

특히 한달 전만 해도 눈에 띄지 않았던 매대(상품판매대)가 알록달록한 원색 포장과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매대 주변에는 물건을 두고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0..남측 차관급 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남측 대표단의 북측 지역 입경 절차도 민간행사와는 달리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전 9시 2분 남측 대표단을 태운 3대의 차량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쪽 비무장지대 경계선을 지나자 북측 군인이 차에 올라 인원 등을 확인했으나 20분 이상 걸리던 민간행사와는 달리 2분만에 끝났다.

북측 세관과 출입관리사무소에서도 이름만 확인한 뒤 별다른 검사절차 없이 대표단을 통과시키는 등 ‘귀중한 손님’을 맞이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북측 관계자는 “귀한 손님이 왔는데 빨리 맞아야죠”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남측 대표단이 북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자 북측 회담 관계자 30여 명이 남측 대표단을 맞았다.

0..북측 대표단은 오전 전체회의가 끝난 뒤 오찬행사가 열린 자남산여관 2층 민족식당 앞에서 남측 대표단을 일일이 맞이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양측 대표단은 담소를 나눈 뒤 오찬을 시작했다.

이봉조 남측 수석대표는 먼저 김만길 북측 단장에게 “아침에 내려왔느나”고 물었고 김 단장은 “어제 오후에 내려왔다”고 답했다.

이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서울에서는 아침에 와도 되지만 평양에서는 아침에 내려오기 힘들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표는 또 “회담 시작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며 “날씨도 좋고 나무들도 잎이 새로 나고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전형적인 봄날씨”라고 말하자 김 단장은 “북남관계도 생동감 있게 잘 해 보자”고 화답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