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산 소비품 수입 확대했지만 시장가격 여전히 ‘고공행진’

중국산 샴푸·화장품·필기구 등 공산품 가격 국경봉쇄 이전보다 30~100배까지 올라

지난해 7월 중국 단동 세관엔에 북한으로 들어갈 트럭들이 정차돼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이후 수입품 가격이 폭등하며 불만이 고조되자 북한이 최근 중국산 소비품에 대한 수입을 다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상품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국경봉쇄 전보다 100배 이상 오르는 등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7일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봉쇄 이후 중국산 TV, 밥솥 등과 같은 공산품은 물론 화장품이나 세제, 필기구 등 소비품들도 북한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 됐다.

더욱이 시장에서 판매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산 공산품 수입이 제한되면서 가격이 너무 올라 일반 주민들이 쉽게 살 수 없게 됐다는 전언이다.

중국산 샴푸의 경우 국경봉쇄 전 1통에 30위안(약 50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800위안(약 15만원)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또 한국산 화장품에 비해 질이 낮아 선호도가 다소 떨어졌던 중국산 화장품도 최근에는 1200위안(약 22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중국산 원주필(볼펜)도 가격이 100배 이상 올랐다”며 “그나마도 물건이 없어서 시장에서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주민 수요가 높았던 중국산 식료품 중 일부 품목을 올해 처음으로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간한 북한무역 월간브리프 9월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8월 설탕과 식용유, 조미료 등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했으나, 이런 현상이 시장 가격 하락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9월 내륙지역인 평안남도 평성에서는 ▲설탕 2만 3600원 ▲조미료 17만 500원 ▲식용유 2만 4300원에 거래됐고,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는 ▲설탕 1만 7000원 ▲조미료 12만 원 ▲식용유 2만 5000원에 거래돼 전반적으로 전달(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북한의 대중 무역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특정 품목 중심으로 제한적인 교역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입 물량이 아직 시장에 유통되지 않았거나 수입 물량이 시장의 수요를 충당할 정도가 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실제 국경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식용유 등 식품 부족으로 영양 결핍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크게 증가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국경봉쇄 길어지자 수입 식품 씨 말라…중국산 콩기름값 천정부지)

최근 북한이 중국산 식품 수입을 다소 확대한 것은 이러한 내부의 상황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국가 무역기관을 중심으로 사전에 허가된 품목과 규모만을 수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수입 확대 조치가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현재와 같은 수입 제한 조치를 유지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라며 품목에 따라 수입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수입이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