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제정…北, 어떤 걸 노리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8차 전원회의가 1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으며 제14기 제6차 회의 소집과 관련한 상임위 결정이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는 내년 2월 6일 평양에서 소집하기로 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12월 15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소식을 보도하면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2021년 2월 6일 소집하고 ①내각의 올해 사업과 내년 과업 ②올해 국가예산 집행 결산과 내년 국가예산 ③육아법·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할 예정 이다”고 밝혔다.

성격과 의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상으로는 최고주권기관이지만, 당우위국가 체제 하에서 실제로는 헌법 수정, 법률 제정, 조직과 인사, 예산 편성과 결산 등을 추인하는 명목상의 기관에 불과하다. 그래서 1년에 1~2차례 정도만 소집되고 있으며, 회기도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2월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9월 정기국회, 예산국회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통산 예산문제를 다루는 회의는 4월 초순에 개최되어 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1월 18일에 개최되어 8차 당대회(1.5~12) 결정과업 시행을 뒷받침 했었는데, 너무 촉박한 일정이라는 평가가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2월 최고인민회의가 관례화 될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북한의 연말연시는 김정은 사망10주(12.17)와 김정은 집권10주(12.30) 계기 의의와 김씨 일가 치적 부각 → 12월 하순으로 예고된 당전원회의에서의 총결산과 새해 기본계획 설정 → 김정은 신년사 관철 궐기대회 → 1월 중 기관과 지역별 세부계획 수립 → 2월 최고인민회의에서의 채택, 시행 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남·대외 정책은 발표된 의제에 없고, 12월 하순 당전원회의나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기본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아니다.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제정을 주목할 필요

이번에 발표된 의제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제정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이나 국적법을 통해 해외에 있는 교민들을 ‘북한의 공민’이라고 주장해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해외에 있는 조선동포들의 민주주의적민족권리와 국제법에서 공인된 합법적 권리와 리익을 옹호한다.(북한헌법 제 15)

그렇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영향력이 북한 국적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 이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62년 김일성이 제시한 북조선·남조선·국제적 혁명역량(이른바 3대혁명 역량) 강화 노선에 기초하여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전선사업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번 해외동포권익홍호법 제정이 주목되는 이유는 3가지 측면에서이다.

첫번째는 북한이 올해 초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당규약을 개정하고 전문에 최초로 해외동포 관련 규정을 삽입한 이후 나온 후속조치라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해외혁명역량 강화를 본격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임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7차 당대회 당규약) 조선로동당은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한다.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군국주의와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적극지지 성원하며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 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8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 조선로동당은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자존심과 애국적열의를 불러일으켜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다음으로,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대북 이중기준·적대시 정책 철폐” 선전전을 강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동포들을 전위세력으로 적극 활용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동포들에게 보다 다방면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중점적으로 개발해온 관광특구 개발사업에 해외교포들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동향은 북한이 2022년 새해에 국제사회의 북한 핵보유국의 지위 인정을 강요하고, 남남갈등과 한미이간을 노린 ‘대남-대외 통일전선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종전선언 드라이브에 주는 시사점

문재인 정부는 9월 유엔총회연설에서 종전선언 채택문제를 제기하였다. 이후 정권의 명운(?)을 걸고 종전선언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김정은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직 내부 단도리, 마이웨이의 길을 착착 밟아 나가고 있다.

최근 북한이 70년대 3대혁명(사상, 기술, 문화) 운동을 리모델링한 김정은식 인간·사회 개조 운동을 강력히 전개하고 있는 점과 연계해 볼 때, 북한이 남북대화나 비핵화 협상의 장에 복귀하기보다는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2.0 노선을 지속 견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혹여나 대한민국 대선정국에 개입하고, 중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 분위기 조성에 도움(바이든의 외교적 보이콧 맞대응, 중국에 면피)을 주기 위해 호응하더라도 원포인트 전술에 그칠 것이다.

결 어

최근 김정은의 지시와 각종 정책회의, 신문방송 논조 등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2022년에도 기존의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을 지속 견지,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여기에다 ‘70년대 3대혁명운동 리모델링’을 덧붙이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반인륜적·반평화적 ≪2.0버전 역주행≫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 모든 건 북한이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70년 장기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생활난과 대중동원에 더욱 쪼들릴 북한 주민들만 애처롭고 불쌍하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은 선의와 원론, 소망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고, 국제사회와 유기적으로 협조해서 북한 주민들을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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