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기문제, 그야말로 첩첩산중

북한에 전력을 지원해주면 그저 남한에서 북한까지 전선만 연결하면 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남북한은 송전과 배전 전압이 모두 다르다.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를 송전, 변전소에서 전기사용처까지를 배전이라고 한다.

특히 북한은 송배전망이 엉망이다. 남한 전기를 북한에 그냥 넘겨주는 식으로 끝내면, 북한에서 그것을 받아 기관이나 공장, 가정으로 흘러가는 과정에 너무도 많은 전력손실이 있게 된다.

따라서 전력을 지원해주면 필히 송배전시설까지 정비해주어야 남한도 넉넉지 않은 살림을 쪼개 북한에 전해주는 소중한 전기가 온전하게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북한에서 평안북도 도(道)배전부 전기기사 겸 감독원으로 일했던 DailyNK 한영진 기자가 그 구체적 실상에 대해 소개한다. 전문용어가 종종 등장하지만 전반적 상황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읽어주실 것을 부탁한다. – 편집자

전력계통 네트워크로 연결

북한의 전력공급망은 단일 모선(母線)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특별히 독립발전기를 따로 설치하는 곳은 연속공정을 필요로 하는 특수기관이나 특수공장들로, 이곳에는 2중 전력공급방식을 쓰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북한도 네트워크로 전력망을 통일시켰다. 어느 한 곳의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발전소에서 즉각적인 전력공급을 받기 위해서다.

네트워크가 묶이는 곳을 ‘모선연결점’이라고 하며 서북지구에서는 평안북도 박천군 맹중리와 운산군에 있는 1차변전소의 입구가 모선연결지점이다.

수풍발전소와 북창화력발전소, 청천강화력발전소의 출구전압은 약 18kV가량된다.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발전소 변압기에서 220kV로 승압(昇壓)시켜 1차 변전소까지 송전한다. 1차 변전소에서 220kV는 다시 60kV로 강압되어 2차 변전소까지 송전된다.

일제 때 송전탑이 더 멀쩡

송전설비로는 ▲송전탑 ▲애자(碍子, insulator) ▲전선 ▲피뢰선 등이 있다.

발전소에서 1차 변전소까지 건설된 송전탑은 일제 때 세운 것과 북한이 자체로 세운 것이 있다. 수풍발전소와 허천강발전소, 부전발전소를 건설할 당시 송전탑 건설도 병행했기 때문에 아직도 건재해 있다. 북한이 자체로 세운 송전탑들은 체코, 헝가리 등 외국에서 수입한 자재로 세웠다.

일제 때 세운 송전탑들은 모두 아연 도금된 앵글을 쓰고 있어 녹이 슬지 않았다. 너트나 볼트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스패너를 대고 한번 돌리면 잘 풀린다.

그러나 북한산 앵글은 도금이 되어있지 않아 까맣게 녹이 슬고, 너트와 볼트는 열리지 않아 망치로 두드려 풀거나 용접으로 볼트를 잘라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송전탑은 600~1000m당 한 대씩 세워져 있다.

고압애자 한 개의 절연내력(絶緣耐力)은 15kV이다. 송전탑의 맨 끝 전선을 매는 곳에 18~24개를 릴레이 식으로 매단다.

▲ C형 애자련(좌), A형 애자련(우)

애자연결방식은 C형 애자련(드림형), A형 애자련(수직형)으로 한다. 힘을 가장 많이 받는 산 꼭대기나 분기점에 C형 송전탑을 세워 전선을 지주하고, A형은 4~5대의 간격을 두고 세워진다.

전선은 강심알루미늄 선을 쓴다. 속에는 강도 높은 강철선이 들어있고 겉에는 알루미늄선을 와이어 한 것으로 넓이가 1000~1200㎟ 이다. 송전시설은 오랜 기간 보수가 잘 되지 못해 전력도중 손실이 많다.

소나무를 전주로 쓰기도

60kV의 2차 송전탑은 철로 된 것이 있고, 콘크리트로 된 것도 있다. 약 300m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220kV송전 방식과 같이 C형, A형 탑을 세우며 절연내력 15kV짜리 애자 4~5개를 릴레이로 연결한다. 송전선은 300㎟정도의 강심알루미늄선을 이용한다.

220kV, 60kV 송전설비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3.3kV에 사용된 배전설비는 모두 바꾸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의 전주(電柱, 전봇대)는 특급선로를 제외하고 모두 목주(木柱)다.

발전소, 1차 ∙ 2차 변전소는 국가투자 대상이어서 보수나 교체가 가능하지만, 3.3kV 배전선로는 지방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거의 나무전주다. 목주를 쓸 경우 기름에 삶아 내거나 약품 처리를 하여 벌레로부터 부식을 막아야 하나 그럴만한 조건이 안돼 대부분 썩었다.

심지어 전주감이 없는 곳에는 2~3m의 소나무에 애자를 달아 배전하는 경우도 있다. 알루미늄선이나 동선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둑질해 팔아먹어 3mm짜리 강철선을 배전선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고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

1992년 8월 전력공업위원회의 지시 아래 북창화력발전소에서 운산 제1변전소(모선)까지 가는 220kV급 송전선을 해체한바 있다.

송전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법상 좌우로 한 회선씩 송전선을 늘려야 했다. 그래야 악천후나 천지지변에도 안전하게 철탑이 서있게 된다. 그런데 태천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산 1차 변전소까지 가는 선이 턱없이 모자랐다.

공사를 책임진 전력공업위원회 송배전국장은 “북창-운산 사이 송전선 좌측선로는 전기가 흐르지 않는 유휴(遊休)선이다. 이걸 분리해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야 한다”며 “없는 것은 만들어내고, 모자라는 것은 찾아내는 자력갱생의 정신대로 살아야 한다”고 노동자들을 떠밀었다.

220kV급 송전선로는 굵기가 한줌에 다 쥐지 못할 만큼 굵었다. 구식장비들과 공구들을 총동원하여 작업을 끝냈으나 도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밧줄에 의지해 35미터 고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추락한 것이다.

분리하는 선로의 전원을 차단하고 선을 해체할 때 송전탑의 팔이 휘지 않게 버팀줄을 매야 한다. 버팀줄을 맨 앵글을 1.5m가량 맞은편에 묻고 자신있게 선을 놓았는데, 버팀줄의 앵글이 얕게 묻혀 철탑의 팔이 통째로 휘어들었다. 선의 장력을 잘못 계산하고 구덩이를 낮게 팠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고가 잇따랐다.

해체한 폐(廢)송전선을 운반하는 것도 문제였다. 한 구간의 전선이 천 미터가 넘어 감기가 어려웠다. 노동자들은 도끼로 선을 절단해 자동차로 운반해갔다.

북한의 송배전 시설은 개선이나 보수를 하기보다는 아예 다 뜯어내고 새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빠르고 경제적일 것이다.

철선, 동선, 알루미늄선이 뒤죽박죽 얽혀 있는 전선

북한은 송전설비의 낙후로 인해 전력손실이 대단히 많다.

애자를 통한 누수, 선과 대지 사이, 선과 선사이의 간격 등이 문제다. 깊은 산 속을 횡단하는 송전선로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가 접촉돼 접지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력부문 노동자들에게 월급도 안주고 식량도 주지 않으니 정기적인 순회를 하지 않아 위험요소가 많다.

배전선로는 더욱 그렇다. 전선이 없어 철선, 동선, 알루미늄선을 뒤죽박죽으로 연결해 접촉불량에 의한 손실이 크다.

다음으로 공장과 가정집들에 배분되는 전력도 문제다. 공장 변압기, 주민용 주상변압기는 절연기름을 교체한지가 한참 옛날이어서 절연력이 심히 떨어지고, 전동기나 전열기구 등이 과대용량, 혹은 저용량이 되어 무효전력을 극대화시킬 우려가 있다.

가정집에서는 60~80V의 낮은 전압이 들어오자 승압변압기를 2~3대씩 직렬로 설치해 220V로 승압시켜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전력계통에 이것들이 한꺼번에 연결되면 무효전력을 극대화될 수 있는 결과가 초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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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진 기자 (평양 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