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월경했다 붙잡힌 주민 물 묻은 혁대로 때려”

NKDB 세미나 "존엄성·자유권 침해사례 지속 보고...北인권, 정치 상황과 별개로 다뤄져야"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주최하는 연례보고서 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데일리NK

북한인권 문제를 김정은 정권 압박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준 경희대 교수(前 유엔 대사)는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북한의 북한인권 남한의 북한인권 실태와 인식 차이’라는 주제로 열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소장 윤여상) 연례보고 세미나에서 “정부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 정권 때리기가 아니냐는 인식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는 정치적 차원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북한은 인민매매국”이라며 북한은 ‘자원지원 금지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달 초 스톨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나온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오 교수의 지적이다.

홍용표 한양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도 “정치권에서는 북한인권 얘기를 하면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며 “북한인권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23일 열린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주최한 ‘북한의 북한인권 남한의 북한인권 실태와 인식 차이’ 세미나의 토론 모습 / 사진=데일리NK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정은 시대들어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북한인권 침해 사례와 특징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소원 NKDB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나타나는 북한인권 침해는 자유권을 박탈하는 형태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불법 월경이나 외부 정보를 유입하고 유출하는 행위 등에 대해 법적으로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원은 “중국에 불법 월경을 했다가 보위부에 붙잡혀 물에 젖은 혁대로 온몸을 맞거나 교화소에서 인분이 묻은 고추를 먹으라고 강요 받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북한 주민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며 “불법구금, 고문 및 폭행, 강제 매춘, 성적 폭행 등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김정은 시대 들어 주민이 공적 기관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수 있는 ‘신소’ 제도가 생긴 것이 고무적인 부분”이라며 “신소제도가 실질적으로 인권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제도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인권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한의 종교 탄압 실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안현민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북한에서 종교 행위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당국으로부터 강제 이송 및 추방, 이동의 제한, 구금, 실종 등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성경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져 폭행 고문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 종교 탄압의 문제는 정부 정책의 발표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 정책이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정책 관계자들과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하는 민간 기관이 공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원웅 가톨릭관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