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약중독자, 왜 확산되나?

▲ 재판을 받으러 가는 봉수호 선원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북한에서 마약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마약을 찾는 것일까?

그 상황을 이해하자면 크게 4가지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식량난을 거치면서 북한에서 굶어죽은 사람도 많지만 역으로 ‘떼부자’도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외부에서 들여온 원조식량을 빼돌려 장마당에 유통시키거나 고리대금업을 했던 사람들은 식량난 시기를 거치면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긁어모았다.

북한의 ‘떼부자’들은 북한 화폐보다 ‘달러’를 선호한다. 우선, 달러는 액면가가 높아 보유하기 쉽다. 가령 북한돈 200만원을 북한화폐로 보관하면 100원권 2만장, 고액권이 500원권을 동원해도 4천장이 필요하지만, 중국 인민폐로 보관하면 100위안 지폐 100장 정도, 달러로 하면 100달러짜리 10장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화폐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종이조각이 되고 있지만 달러는 통화 안정성이 있고 설사 북한이 망해도 써먹을 수 있다.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는 것이 문제

북한 부자들은 전 재산을 달러로 바꿔놓고, 이것을 항아리에 돈을 담아 방바닥을 들어내고 파묻어 놓거나 중국에 자금관리인을 두고 반출해 놓는 등 기상천외한 재산은닉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돈을 많이 갖고 있어도 그런 ‘티’를 내지 못하는 곳이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남한에서 졸부들은 해외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치거나 고급술집에서 주색에 빠져 돈을 펑펑 쓰며 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부(富)를 향유하는 방식이라고 해봤자 가전제품을 일제(日製)로 바꾸고 이밥에 고깃국을 실컷 먹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결국 마약은 부자들의 마지막 골인지점이 된다. 한때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도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외신보도가 있기도 했다.

셋째, 북한은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마약을 만들고 해외에 밀수하는 국가라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2002년 7월 대만 경찰은 대만 선박 순길발(順吉發)호를 압수 수색하여 헤로인 79㎏을 적발했는데, 당시 이 선박은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헤로인을 건네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을 밀매한 사람은 북한 해군의 여단장급 장교로, 이 사건으로 인해 북한의 군(軍) 조직이 마약밀매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0년 2월 일본 경찰은 필로폰의 원료인 각성제 암페타민을 밀반입한 혐의로 북한인 무역업자 이한상씨를 체포했다. 당시 압수한 각성제는 250㎏(시가 150억엔)으로 일본의 마약 단속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현재 호주에서는 2003년 4월 헤로인 50㎏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북한 무역선박 봉수호 선원 4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북한이 마약을 밀수하다 적발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은 북한을 헤로인 생산과 밀거래의 중심국가로 지적하고 있고, 유엔의 재정지원을 받는 세계 마약류 통제기구인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북한을 각성제인 메스암페타민의 주요 생산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마약 생산, 밀수

북한에서는 1992년부터 김정일의 직접 지시에 의해 ‘백도라지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백도라지’란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를 말한다. 이때부터 감자밭을 뒤집어 엎고 대대적으로 양귀비를 심기 시작했으며, 미국 정보기관은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대규모 제약회사 하나를 헤로인 전문 제조공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에서 생산된 마약이 외부에 수출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유통되기도 그만큼 쉽다. 따라서 최근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마약 구하기가 아스피린 구하는 것보다 쉽다”라고 할 정도이다.

넷째, 북한에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실정을 알아두어야 한다.

마약은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일반 주민들도 애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약품의 절대적 부족현상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가장 흔한 병은 동상이다. 동상이 악화되어 신체 일부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마땅히 동상치료를 해야 하지만 의약품이 부족하니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마약을 찾는 것이다.

동상뿐 아니라, 결핵에 걸리거나 위장염에도 양귀비 꽃을 끓여 마시거나 잎을 삶아 먹는 방법 등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약성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통이 감소되는 것이며, 결국 중독에 이른다.

2000년 남한에 입국한 인민군 대위 출신 탈북자 강석천(가명, 42세)씨는 “환자들이 고통을 참지 못해 모르핀 주사를 놓아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몰래 모르핀을 입수해 이용하다 중독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한때 인민군 내부에 모르핀 사용 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지금은 모르핀을 구하려고 해도 없을 것”이라고 강씨는 전한다.

북한 마약 문제, 근본 원인 해결해야

다섯째, 북한 주민들이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일반 국가에서는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각종 캠페인과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북한에서 그런 것을 교육받거나 들어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마약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법적, 도덕적 문제점을 깨닫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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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북한에서 마약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루빠를 동원해 강압적으로 소탕을 하는 것보다 ▲부를 향유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거나 자유를 확대하고 ▲북한이 정책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마약생산을 중단하며 ▲마약을 대체할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외부에서 지원하고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약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 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한영진 기자 (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