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성 탈옥에 체면 구긴 中 공안, 자국 내 탈북민 조사 진행중

중국 지린(吉林)성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북한 남성이 탈옥하는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안이 자국 내 탈북민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데일리NK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북한 남성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공안(경찰)이 중국 내 탈북민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달 12일부터 중국 내 탈북민 조사를 시작했다. 이 조사는 탈북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린성, 랴오닝(遼寧)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랴오닝성 차오양(朝陽)시 공안 당국은 농촌 마을들에 공안을 파견해 탈북 여성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공안 당국은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 탈북민들의 호구(국적)를 등록해주겠다며 자수를 유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국적 없이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적극적인 자진신고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朝陽)시 농촌 마을에 사는 탈북 여성 최모 씨(30대)는 지난 8일 아이를 낳고 사는 대상은 호구를 등록해준다는 말에 신고하러 갔다가 지역 파출소에 감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중국인 남편과 지역 촌장의 보증으로 중국 돈 1만 위안(약 180만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지린성 감옥에서 탈출한 북한 남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받았다.

현재 국적 없이 중국에 사는 탈북민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인신매매를 당해 농촌의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한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실정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공안 당국은 그동안 중국 남성과 사는 여성 탈북민들을 방치하거나 방관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지린성 교도소에서 북한 남성이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우려 자국 내 탈북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 내 탈북민이 최소 몇만에서 많게는 몇십만일 수도 있는데 그들 모두를 어떻게 조사하거나 체포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번 조사는 감옥을 탈출한 남성의 행적을 추적하는 동시에 탈북민들에 대한 경고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중국 공안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탈북민들은 잡히면 북송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탈북 여성의 중국인 남편들은 저녁이면 집 밖에 나가 공안이 오는지 살피면서 긴장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앞서 미국 CNN 등 외신은 중국 지린성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북한 남성 주현건(39)이 지난달 18일 저녁 탈옥해 중국 당국이 2만 3400달러(약 275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