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포기하지 않을 것”

북한인권관련 법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회부된 지 6개월이 넘고, 정기국회가 끝나가고 있지만 상임위에는 여전히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한나라당 황진하(黃震夏.59) 의원을 만났다. 황 의원은 한나라당 통일, 외교,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의 향후 전망과 한나라당의 대책, 군사전문가로서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먼저 박 대표의 자이툰 부대 방문 추진에 진전이 있었나?

박 대표의 자이툰 부대 방문은 장병 위문과 파병연장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검토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다. 국방부에서 병력 교체용 수송기를 파견할 때 동승할 의사를 물어왔다.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가 예정된 상황에서 자이툰을 방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회가 예산을 포함해서 주요법률안 처리가 종결되면, 연말이 됐든 내년 초가 됐든 검토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의 완강한 반대에 밀려 북한인권관련 결의안과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무력감을 느끼지 않은가?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미 그런 반응을 예상했고, 그렇다고 입법 의지가 꺾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입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상임위에 계속 계류된다. 물론 입법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법안 제출이 일조한 측면이 있다.

– 열린우리당의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과 법안 상정 저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자 전세계인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정부와 여당은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도 필경에 가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부터 북한인권대회를 계기로 북한인권주간이 선포됐다.

북한인권법안 향배, 국민여론에 달려 있어

국민들은 다시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쏟게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특성이 국민들 여론이 흐르면 자신의 입장을 바꾼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관심이 입법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한인권을 거론하면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가 어려워진다고 정부와 여당은 주장하는데.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핵과 인권은 별개다. 정부가 앞장서서 핵과 북한인권을 결부시키는 것이 의심스럽지 않은가? 북한의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 북한의 잘못된 주장을 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핵은 핵대로 풀고 인권은 인권대로 대화해야 한다. 문제를 풀 때 모든 요소를 결부시키면 문제가 풀릴 수 없다. 북한은 핵을 풀기 싫으면 인권압박을 핑계를 대고, 인권을 풀기 싫으면 핵문제를 갖다 부치려고 한다. 이런 접근법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분리해서 풀어야 한다.

-북한은 미국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를 문제 삼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북한을 잘 길들였어야 했다. 정부가 북한의 태도를 악화시켰다. 북한이 고집을 하면 우리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협상이란 그런 것이다. 상대방의 아킬레스 건을 협상에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정일이 아니라 전체 주민을 생각해야

아킬레스 건을 치고 들어야 우리가 협상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면 대화가 단절된다는 생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인권 주장이 북한에게 당장 무너지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 대북협상에서 정부가 김정일의 눈치만 살핀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정부는 대북 관련 협상에서 북한 정권만을 생각한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나 이를 추종하는 집단만을 고려한다. 물론 그 사람이 우리 정부의 대화상대로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전체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굶고, 억압 당하고, 기본적인 인권이 내팽개쳐진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김정일과 대화해야 하니까 북한 인민들은 계속 고통 받아도 된다는 말과 다름 없다.

-열린우리당이 북한인권문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부는 경제도, 정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지지율 10% 정권이다. 열명 중 9명은 이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 정치에서 잘한 것이 없으니 당연히 명운을 남북관계에 걸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대북 협상, 김정일만 좋아할 것

남북대화의 줄이라도 떨어지면 정권의 생명 같은 동아줄이 끊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남북대화는 절대 끊어지지 않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정치가 잘됐으면 여당도 태도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북한 주민이고, 신나는 것은 김정일뿐이다.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열린당이나 민노당처럼 치열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전투력을 상실한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를 놓고 정부 여당이나 민주노동당, 재야세력에서 정치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은 정치인권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한나라당이 길거리로 나가면 그들은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며 공격할 것이다.

이번 인권법안도 내가 먼저 유연하게 내고, 김문수 의원이 강력한 법안을 만들었다. 그동안 토론회나 공청회도 수 차례 개최했다.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다. 북한인권법의 실효적 처리에 주력하는 것이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시위나 단식 정치도 개선해야 한다.

-황 의원은 야전과 정책 경력을 모두 갖춘 베테랑 군사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협력적 자주국방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다. 원래 자주국방을 이야기 했는데, 내외의 비판이 쏟아지니까 ‘협력적’이란 고깔을 씌웠다. 안보현실을 정확히 봐라. 우리는 6.25 전쟁에서 유엔의 깃발을 들고 싸웠고 지금은 휴전상태다.

맹방, 동맹, 우방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우리 안보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신뢰를 잘 유지해야 유사시에 기꺼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 ‘자주’는 기분 좋은 말이지만, 배타성을 가지고 있고 상대국으로부터 경계심을 키우게 된다.

한미동맹에 문제 없다고 말하지만 결국 미국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한반도는 우리가 일대일로 누구와 대결하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동맹과 신뢰를 더욱 높이고, 우방과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기초다. 말로만 떠드는 자주는 국민들을 현혹할 뿐이다.

-이 정부가 왜 이토록 자주를 강조하는가?

일단 무식해서 그렇다고 본다. 안보현실, 국제관계, 이런 것을 잘 모르고 의욕만 앞세운다. 이 정부는 아마도 대미 의존도를 줄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유엔군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냈고, 이런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창피한 것도 외세의존적인 것도 아니다. 정부는 우리 안보역사와 한반도 상황을 먼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황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러한 자세를 ‘대미의존적 안보관’이라고 비판하는 세력이 있는데.

우리 정부가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이 이 부분이다. 왜 우리에게 전시작전 통제권이 없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6.25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는 유엔사령관이 맡았고, 이후에 한미간 협의를 통해 연합사령부를 만들고 유엔사령부 역할을 맡겼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국사람일 뿐이지, 미국대통령과 한국대통령 지시를 공동으로 받는다.

전시작전통제권, 우리나라에 없다는 논리는 무식의 소치

한•미 대통령이 권한을 50%씩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휘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전쟁은 한국 대통령이 할 테니까 미국은 빠지라는 것이다. 유엔군도 빠지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무슨 이유 때문에 해야 하며, 왜 한다는 사실을 동맹국가에게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자존심을 생각해서 이런 이름을 걸고 접근하면 안 된다. 과거 대통령은 자주정신이 없어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떠오르고 있다. 황 의원은 개인적으로 어떤 후보의 경쟁력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가?

누가 하든지 좋다. 세 사람의 합의가 모아지는 사람이면 가장 좋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표는 국민적 신뢰도가 높고, 이명박 시장은 추진력이 좋다. 손학규 지사는 다양한 경험에다 학자로서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다.

세 사람의 장점을 서로 흡수했으면 한다. 우선 세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서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 그 분들이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얼마나 국민들이 고생하고 있는가. 노무현 정부 들어 나라 발전이 스톱됐고,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혁명은 다 이루어졌는데 통일만 안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빨리 나라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황 의원의 계획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기를 재차 촉구한다. 한나라당도 중단 없이 집요하게 개선 노력을 하겠다. 국제적인 협조를 받아가면서 하려고 한다. 정부가 접근 방법을 잘못을 깨우치고 역사 속에서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