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연내 추가 개최 가능성…양측 다 필요성 있어”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한으로 제시한 올해 연말까지 북미 간 실무협상이 한두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으로서는 상황관리 차원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북한으로서도 추가적인 협상 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24일 공개한 ‘최근 북한 정세 브리핑’ 자료에서 연내 추가적인 북미 실무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연내에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연은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앞두고 가시적인 외교성과 도출이 절실하고, 내년 김정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도록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섣불리 새로운 길을 선포했을 때 트럼프의 불가측성과 중·러의 불쾌감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이와 함께 김정은 중점사업 및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추진을 위해서도 우호적인 대외환경 조성이 긴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이날 매체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내보내며 또다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에둘러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김계관은 담화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북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면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고 대미 대화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 어느 시점에 중대한 재건(a major rebuild)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지나기 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략연은 올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내년 초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결정할지 여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략연은 “북미 간의 협상 분위기를 고려해 결정을 유보하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한미 SCM 결정과 무관하게 북미 실무협상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붙여 전격적으로 연합훈련 중단에 합의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관측했다.

다만 연내 북미 실무협상이 무산되거나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기정사실화될 경우에는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 등의 조치를 포함한 ‘새로운 길’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략연은 예상했다. 북한의 전통적 후견국인 중국·러시아와의 경제·안보 관계를 긴밀화하는 한편, 핵무기를 양산하고 실전배치하는 등 경제총력집중 노선으로부터 탈피한 강경한 전략노선을 표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백두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가 16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전략연은 북한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이후의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전략연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과 관련, “일차적으로는 내년 후계자 공식화 10주년을 앞두고 우상화 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에서 철저히 사전에 기획된 행사이면서도, 대내외 경제 및 안보 상황을 고려한 복합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차제에 양강도 삼지연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자력갱생 기조를 강조하는 한편, 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에 백두산에 올라 중대결단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대미압박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노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번 백두산 등정과 관련해 북한은 후속적으로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내년 당 창건 75주년 및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결산 전 중요 대상건설 성과 점검 및 독려 ▲대외정세 엄중성 강조·자력갱생노선 관철 촉구 등 내부 긴장감 제고 ▲대미 협상 관련 압박성 통첩 예고 등의 기회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전략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