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덕스토리’ 연습실에서 만난 악역 ‘라혁철’

▲ 김준겸씨(라혁철 역) ⓒ데일리NK

“‘요덕스토리’를 보신 관객이 단 1초라도 북한인권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뮤지컬이라는 문화예술 영역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소재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그러나 뮤지컬 ‘요덕스토리’(감독 정성산)는 많은 이들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매진사례가 속출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현재 지방공연 준비에 들어가 있다. 6월 3~4일에는 대구에서 공연된다. 지방공연을 앞두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요덕스토리’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에서 만난 주인공은 요덕스토리에서 북한 군인 역할을 맡아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김준겸(라혁철 역)씨다.

“이 뮤지컬은 그냥 가볍게 할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에 신념과 의의를 가지고 열심히 임했다”는 그에게서 ‘요덕스토리’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처음 배역을 맡고, 감독님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나름대로 북한관련 서적도 많이 봤어요.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서 읽기도 하고, 연습실로 찾아오시는 탈북자 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하지만 그도 이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북한에 이런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북한 군인이라는 악역을 맡아 사람을 죽이고 때리는 연기 중압감에 많이 시달렸다면서 연습도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공연에 보면 꽃제비(집 없이 떠도는 북한 아이들)를 죽이는 장면이 나와요. 총을 잘못 쏴서 죽이는 건데 연습도중에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총을 못 쏘고 주저앉아 울었어요.”

“북한의 현실 자체가 충격”

그만큼 그에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북한의 현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 사건 이후 단원들에게 놀림 아닌 놀림을 많이 받았다며 부끄러운듯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런 고비를 넘기고 나니 라혁철이라는 악역 인물도 도리어 연민으로 다가왔다. “이 사람도 사람인데… 하고 생각하니 북한(김정일)이라는 나라가 참 증오스럽게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면서 “라혁철이라는 인물이 사람을 많이 죽이지만 그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통해 북한인권에 대해 알게 됐다는 그는 “이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젠 북한문제만 나오면 소홀히 보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통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실천을 하게 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품은 북한사회의 불쌍한 영혼들에 대해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춤을 추고 이야기하며, 메시지를 넘어 더욱 큰 신념과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희생을 해서라도 올려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덕스토리’를 통해 억울하게 죽어간 한 사람, 한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가질 수 있다”며 “이런 작품의 본질을 관객 한 사람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북한의 현실을 알게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인 것 같다”면서 “이 공연을 통해 남한 사회에 북한의 인권문제가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6월 3~4일 경북대 공연을 시작으로 전주와 구미 울산, 부산 등을 돌며 지방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lh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