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한 정부, ‘1원’ 손해배상하라”

▲6.25전쟁 납북자 생사확인 의뢰서

공무원 신분으로 국가기관에 재직하다가 6.25전쟁 중 납북된 인사들의 가족들이 올 12월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1950년 7월 납북된 평택경찰서 류인홍 서장의 아들 류무열 씨등 납북 공무원 가족 20여명은 6.25전쟁 당시 납북자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한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단 돈 1원을 손해배상 금액으로 책정했다.

6.25전쟁 당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북한군에 의해 강제 납치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져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후 납북자 가족들이 납북자 구출 책임 유기를 이유로 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었으나, 6.25 전쟁 당시 납북자 가족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후 납북자 가족 소송의 경우 올해 6월 서울 고법 항소심에서 ‘평화통일 달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신경질적 반응을 감안하여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정책적 고려’라는 이유로 재판부에 의해 기각당했었다.

北 눈치보느라 실태조사도 못하나?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국회에 상정된 납북자 특별법을 믿고 기다려 보려고 했지만, 담당 부처도 정해지지 않는 등 가족들의 상심이 컸다”며 “더 이상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보상보다도 실태파악과 명예 회복을 더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다”며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서는 일선 행정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25 전쟁 납북자 가족들은 그동안 정부와 해당 부처에 여러 차례 실태파악에 나서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돌아온 건 “여기에서 진상조사를 열심히 할수록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정부의 변명 뿐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6.25 전쟁 납북자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갈 예정이다.

한편, <6.25납북인사 가족협의회>는 이달 31일 저녁 서울 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한국전쟁 납북인사 다큐멘터리의 공개 상영회를 가진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6.25 전쟁 납북자들과 납북 피해 가족들의 사연이 담겨있다.

◈ 아래는 소송에 참가하는 가족 명단
(앞은 소송인, 뒤는 납북 당사자 및 당시 직책)

류무열 : 류인홍 (평택경찰서 서장)
정문영 : 김병곤 (중앙청 공보처 여론조사 정보과장 서리)
오세영 : 오헌식 (서울지방법원 산하 영등포서 치안관)
김사현 : 김만현 (상공부 직원)
김옥분 : 권경정 (마포형무소 간수부장)
황용균 : 황갑성 (체신부 전무국장)
전태희 : 전봉빈 (국회 전문위원)
권영환 : 권태술 (서울특별시 중구청장)
서정식 : 서승근 (대법원 행정처 경리과장)
이양우 : 이중우 (충청북도 도청)
이상일 : 이봉우 (농천 진흥청 곤충계장)
이영찬 : 이주신 (서울지방 검찰청 부장검사)
신경순 : 신치호 (육군본부 4국 3과장)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