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을설 손주들, 집안싸움 벌여 ‘물의’…존함시계까지 훔쳤다

국가보위성까지 끌어다 문제 해결 나서…혁명투사 유가족들 "창피한 일" 손가락질 해

2012년 조국해방전쟁승리(7·27, 정전협정일) 59돌 경축행사에 참가한 전쟁노병대표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에서 리을설 원수와 인사하는 김정은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 보위에 일생을 바쳐 국가원로급으로 대우받는 리을설 원수(2015년 사망)의 자손들이 국가보위성까지 동원해 집안싸움을 벌인 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혁명의 호위전사인 리을설 동지가 죽고 난 뒤 그에게 내려진 훈장과 선물들을 종손(宗孫)이 물려받아 귀중히 다루고 철저히 관리해오고 있었는데 얼마 전 장군님(김정일) 존함시계를 사촌에게 도둑맞는 일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 일에 국가보위성까지 동원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빨치산 1세대’로 불리는 리을설은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로, 그 후손들은 지난 2015년 리을설이 폐암으로 사망한 뒤에도 그의 후광을 입어 대대로 당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리을설 사망 이후 그에게 내려졌던 각종 훈장과 1호 선물들은 그의 종손인 리 씨가 물려받게 됐는데, 그러던 중 최근 김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존함시계를 도난당해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존함시계는 리 씨의 사촌이 그 집을 방문한 뒤에 사라졌고, 이로 인해 시계를 훔쳐간 범인이 해당 사촌으로 특정됐다. 그러나 사촌이 계속 발뺌하고 나오면서 결국 리 씨는 국가보위성에 사건을 의뢰하고 나섰다.

이에 즉각적으로 구역 보위부가 나서 사촌의 집을 수색했지만, 보위부는 그곳에서 존함시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보위부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사촌을 추궁했고, 마침내 4월 초 “내가 가져갔다”는 사촌의 자백을 받아내 존함시계의 행방을 밝혀냈다.

보위부가 가택수색을 하더라도 감히 초상화를 들춰보지는 않을 것이라 여기고 초상화 뒤에 테이프로 존함시계를 붙여 감춰놓고 있었던 것.

이후 보위부에 붙잡혀간 사촌은 종손 리 씨에게 앙갚음하기 위해 존함시계를 훔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존함시계를 잃어버리는 행위는 최고지도자의 권위 훼손과 직결되는 문제로 당사자가 혁명화 대상으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사촌은 리 씨를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에서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실제 그는 “같은 리을설의 자손인 나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 하나도 없으나 리 씨는 선물도 물려받고 당으로부터 보살핌도 받고 승승장구해 그 모습이 보기 싫었다” “사는 게 힘들어 몇 차례 부탁해도 리 씨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상대도 해주지 않아 분한 마음에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는 전언이다.

결국 이 사촌은 존함시계를 탈취한 죄로 1년 단련형을 선고받았고, 존함시계는 본래 주인인 종손 리 씨에게 되돌아갔다.

소식통은 “이번 일은 중앙당 통보자료에도 담겨 내려왔다”며 “자료에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 원수님(김정은)의 권위 훼손 문제 때문에 어떤 집안에서 벌어진 일인지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지만, 간부들 속에서는 어느 집안 누구의 일인지 다 소문으로 돌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이른바 ‘혁명 유자녀’ 가족 사회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항일투사 유가족 사회 내에서는 “리을설 동지는 명예스럽게 죽었는데 그 자손들은 왜 저 모양인지 모르겠다”, “혁명의 원로로 내세우는 항일투사 집안에서 이런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나오다니 창피한 일이다”는 등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더욱이 집안싸움에 국가보위성까지 끌어들이는 사실상의 특권을 누린 것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일투사 유가족들에 대한 1호 선물 명세와 실제 보관하고 있는 현물을 대조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