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학자들 “한국전쟁은 北의 남침”

구소련 당시부터 한국전쟁을 남한에 의한 북침 또는 남북간의 내전으로 일관되게 기술했던 러시아 학계에서 최근 한국전쟁을 북한이 일으킨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저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톨쿠노프, 데니소프, 리 등 세 교수가 공동 저술해 지난해 출간한 `한반도’라는 책에는 “1950년 6월15일 슈트코프 북한 주재 소련대사가 북한정권은 소련의 군사고문단장 바실리에프 장군이 참석한 가운데 전쟁계획을 수립했고 6월25일 새벽 대규모 군사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크렘린에 보고했다”고 기술했다.

당시 슈트코프는 “전쟁은 옹진반도를 비롯해 서해안 지역을 먼저 침공해 서울을 포위한 다음 남한의 주력군을 패퇴시키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한편 동부지역은 전략상으로 중요한 지역만 점령하면서 내려갈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또 북한 김일성이 그해 4∼5월 소련 모스크바를 극비리에 방문, 스탈린과 비밀회담을 통해 전쟁을 결정했고, 스탈린은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에게 전문을 보내 북한의 전쟁계획에 동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스탈린의 가명인 `필리포프’라는 이름으로 보내진 전문에는 “한반도의 정세가 변경됨에 따라 북한 지도자의 제안(해방전쟁)에 동의했다. 중국도 북한과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어 “만약 중국의 동의가 없을 경우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회담의 상세한 내용은 김일성 등이 (베이징을) 방문해서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김일성의 중국 방문 계획을 전하고 있다.

이 전문은 그해 5월13일 김일성과 박헌영이 베이징을 방문, 마오쩌둥과 회담할 즈음 전달됐으며 마오쩌둥은 김일성 등과의 회담과정에서 “미국이나 일본 그 누구도 공공연히 전쟁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기술했다.

이와 함께 한국학 전공자인 포포프, 라브레네프, 바그다노프 등이 지난 2005년 출간한 `전쟁의 화염에 휩싸인 한국’이라는 책에서는 “당시 소련의 군사고문단은 7월에 전쟁할 것을 주문했으나 김일성은 6월 침공을 고집했다”는 비화를 소개했다.

이 책은 6월 전쟁의 주된 이유를 침공계획이 외부로 누설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7월은 장마철이어서 전쟁에 부적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또한 당시 평양주재 소련대사 슈트코프가 그해 5월27일 스탈린에게 보낸 전문도 공개했다.

전문에는 “김일성이 전쟁준비 진행 상황에 대해 (우리에게) 통보했고 사단급 등 군부대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6월말 군사행동을 감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당시 남한에 있던 UN측 관계자가 6월25일 새벽 4시 UN본부로 보낸 문서도 소개했는데 “북한이 침공했다. 우발적이지 않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침공같다”며 “김일성은 5월12일 평양주재 북한대사(슈트코프)에게 남한침공계획을 보고했고 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소련 군사전문가들도 직접 참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바닌 바실리예비치가 저술한 `한국전쟁과 유엔’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한국전쟁은 북한정권이 일으킨 명백한 침략행위이자 조약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톨스토쿨라코프 이고리 극동국립대학교 교수(한국학)는 “구소련 당시부터 한국전쟁은 남한에 의한 북침설이 주류를 이뤘으나 2000년 이후부터 북한에 의한 남침으로 정정되는 추세”라고 학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학을 전공하는 대다수의 러시아 학자는 당시 만약 북한이 남침을 하지 않았다면 남한이 북침했을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고 이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도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