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경유 입국 탈북자’ 첫 난민 인정”

▲ 탈북자 백 모 씨 탈출 루트 <그래픽=동아일보>

중국에서 4년 넘게 체류하던 탈북자가 러시아로 건너간 후 주(駐)러시아 한국대사관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도움으로 난민 자격을 얻었다고 13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언론의 말을 인용 “러시아에서 체류하던 탈북자들이 난민 자격을 얻은 사례는 있었지만, 중국에서 체류하던 탈북자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난민 인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신문에 의하면 이번에 난민지위를 부여받은 탈북자는 백 모 씨(女)로 200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중국 옌지(延吉)에서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중국에서 컴퓨터를 배우던 도중 러시아에 체류하던 탈북자 이 모 씨를 인터넷에서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중․러 국경인 그라니트나야 강을 건너 러시아로 왔다. 강을 건넌 직후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법원으로 넘겨진 백 씨는 한인 교회와 한국영사관, UNHCR의 도움으로 3일 난민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그러나 “3일 백씨가 난민자격을 얻은 뒤부터 러시아에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백 씨 사건을 좌시할 경우 러시아가 탈북자들의 국적 세탁 장소가 될 뿐만 아니라 북·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러시아 언론들의 반응을 전했다.

또 “러시아 언론들은 한국영사관과 선교단체에 대해서도 ‘러시아 실정법을 무시하고 이민국 관리들을 위협했다’고 비난했다”며 “(언론들은) 연일 러시아 당국의 강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신문은 러시아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 “한국 정부는 그동안 노동비자를 갖고 러시아에 입국한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해 주는 문제 등에 대해서 러시아 정부의 ‘음성적인 협조’를 받아왔다”며 “러시아 당국은 백 씨 사건을 그대로 묵인했다가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러시아로 대거 몰려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현지의 반응을 전했다.

난민 자격을 얻은 백 모 씨는 조만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