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별 경쟁 부추기는 北…지난해 건설공사 성과 가장 컸던 도는?

[신년기획②] 매주 노동신문 6면 특파기자발 도별 성과 보도…"책임자들 스스로 목 달아날 각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11월 13일 평안북도의 올해 주요 건설 성과를 소개했다. 신문은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에 지역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내세운 중요대상공사들이 연이어 결속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개건한 운산수리봉발전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한 뒤 전국적으로 경제성장을 명목으로 한 각종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주 한 차례씩 특파기자발로 도별 건설공사 추진 상황과 성과를 보도해오고 있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 31일부터 12월 25일까지 노동신문 6면에 ‘각 도 특파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이라는 표제로 총 96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데일리NK는 전시회 개최, 농사 결속 등 실제적인 건설공사로 보기 어려운 내용의 기사를 제외한 41건의 기사를 취합해 도별 건설공사 진행 및 결속 상황을 정리해봤다.

41건의 기사들은 모두 농장·공장·발전소 개건공사 및 건설, 농축수산기지 건설, 살림집 및 주택 건설, 공공기관 건설 등에 관한 기사다.

단순히 보도된 횟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보도가 나온 도는 황해남도(7건)로 파악됐다. 이어 ▲함경북도(6건) ▲황해북도(5건) ▲평안남도·평안북도·자강도·강원도(4건) ▲함경남도(3건) ▲양강도·남포시(2건) 순으로 집계됐다. 개성시와 나선시에 관한 보도는 1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 내용에 담긴 실제 건설공사 대상 수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지난해 평안북도에서 건설공사가 가장 많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보도 내용상으로 확인된 평안북도 대상건설 수는 압록강종합식료공장 개건, 운산수리봉발전소 개건, 운산군 은덕원(온천목욕탕) 건설 등 총 26개로, 다른 도에 비해 건설공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적인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수요는 증가하다 보니 지역별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평안북도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공사에서 성과를 낸 배경에 대해 “지역별 경쟁력에는 그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평안북도는 공업과 농업 잠재력이 다 우순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민수와 군수공업이 골고루 발달돼 있는 데다 황해남도와 평안남도 다음으로 농업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라 다른 도와 비교해 경제적인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외무역의 거점이자 물류 유통의 중심지로 거대 시장 환경이 조성된 국경도시 신의주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평안북도가 경제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11월 13일 평안북도의 올해 주요 건설 성과를 소개했다. 신문은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에 지역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내세운 중요대상공사들이 연이어 결속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개건현대화 공사를 끝낸 압록강종합식료공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아울러 김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평안북도를 이끄는 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문경덕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일 시대 대표적인 청년 간부로 꼽힌 문경덕은 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측근들이 숙청되는 과정에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약 4년여 만인 지난 2018년 평안북도 당 책임자로 복권된 인물이다.

그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도당 책임비서들이 줄줄이 교체될 때도 자리를 지켜 평안북도의 자립경제를 세우는 데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노동신문은 올해 들어서도 5개년 계획 및 당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도별 건설공사 추진 상황 등을 지속 보도하고 있어 향후 도별 성과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해는 농촌진흥을 핵심 목표로 내걸어 대대적인 농촌마을 건설, 개건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담은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연말 행정기관 총화에서는 건설공사 추진 정형(실태)을 경쟁도표로 걸어놓고 잘하고 있는 곳과 못하고 있는 곳의 책임자를 연단에 돌려세워 평가하고, 당 조직은 또 이와 별도로 건설공사 실적을 연간 당생활평가서의 당성 기준 척도로 삼는다”며 “뒤떨어지면 간부사업으로 단호히 쳐갈기니 책임자들 스스로 목이 달아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5개년 계획 시작에 준 건설 계획만 가지고 가도 힘든 형편이지만 계기 때마다 새로운 건설 과제들이 내려오고 있다”며 “작년 한 해도 자재를 긁어모으고 모든 설비들을 총동원해서 빠듯하게 대상건설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단번에 동시에 일떠세우는 건설은 일군(일꾼)들과 인민들을 모두 잡아먹어도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