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영향 혼돈의 北연유 시장…최근 어떤 장사가 유행하나?

진행 :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위협에 유엔 안보리에서는 석탄과 유류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 품목 가격이 요동치는 등 혼란이 일고 있는데요, 다만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한 장사꾼들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설송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지난 3월과 8월, 그리고 이달까지. 지속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대북 제재로 북한시장 변화에 주목되는 것은 바로 석탄과 연유(燃油)입니다. 쌀 가격은 약간 오르기도 했었지만 평균적으로 안정세라고 볼 수 있는데요. 환율 또한 큰 변동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석탄과 연유 가격은 지난 3, 4월부터 파동이 심했고요. 따라서 관련 시장까지 혼한의 연쇄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이를 기회로 최근 돈주들이 적극 투자하는 사업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돈벌이 1순위로 부상한 개인 중유 정제업의 현황과 배경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진행 : 일단 석탄과 연유 시장이 혼돈 상태에 빠져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운데요. 아무래도 대북 제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일단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하죠. 북한 당국은 90년대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이후 자금 해소 목적으로 석탄·광물 수출을 대중 무역으로 허용했습니다. 이로써 석탄과 광물 매장 지역에는 수백 개의 외화벌이 회사가 들어섰고 중국으로 자원을 수출해서 외화벌이를 하게 된 겁니다.

근 20년 동안 석탄·광물 수출량이 총 무역량에 절반 넘게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통계만 봐도 중요성이 짐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판매 시장이 다소 얼어붙었고,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은 원유를 추출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산업에서는 연유를 쓸 수밖에 없어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이죠. 유류 유입이 줄어들게 되면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진행: 이런 상황이라면 관련 산업을 통해 돈을 벌어왔던 돈주(신흥부유층)들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면 될까요?  

기자: 북한 상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돈벌이 고민을 먼저 할 겁니다. 석탄은 가격이 떨어지고 연유가 오르는 상황에 이들은 중유 정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기름 가격이 오를 때는 중유 장사가 제일 잘 되기 때문에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손을 댄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돈이 되는 장사는 부동산도 인기가 있지만, 중유를 받아 정제해서 디젤유로 파는 장사도 쏠쏠하게 돈을 번다는 건데요. “주택장사는 투자한 후 빨라야 6개월 후 돈을 만질 수 있지만, 중유 정제 장사는 시간당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진행 : 중유를 정제해서 디젤유를 만들어 판다, 북한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자 : 중유는 평안북도 피현군에 자리잡은 백마연유창이 원천지입니다. 중국 원유 송유관이 이곳으로 연결되어 봉화화학공장에서 가공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요. 국가계획에 따라 이곳에서 휘발유, 디젤유, 중유, 삐찌(콜타르)가 제조·공급됩니다. 이후 유조열차와 유조차로 유통되는 과정에 암시장으로 유출되는 건데요.

소식통에 의하면, 평성시와 순천시에 백마유조차들이 직접 중유를 싣고 온다고 합니다. 이 지역엔 중유 제조업자들과 수십 톤의 연유를 달러 현금으로 맞거래 할 수 있는 자금력 보유자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이밖에도 화력발전소에서는 중간급 간부들이 1, 2톤 정도 보이라(보일러)에 사용되는 중유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보수사업소에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삐치를 암시장에 판매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진행 : 국가자재를 대담하게 뒤로 빼돌리고 있다는 건데요. 그만큼 간부들 수중에 돈이 많이 떨어진다고 봐야 되겠죠?

기자 : 네. 평안남도에서 중유 1톤 가격은 400~600달러, 그리고 삐치(1톤)는 100~200달러 정도인데, 이는 연유 시세에 따라 변한다고 합니다.

중유 1톤에서 디젤유를 뽑으면 700키로(kg), 삐치는 400키로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요. 올해 2월 만해도 가공 디젤유가 4000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떨어지는 이득이 없어 모두 문을 닫았던 거죠. 하지만 4월 이후 가격이 껑충 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돈벌이 1순위로 부상한 겁니다.

진행 : 정말 국제 정세와 시장 상황 등을 잘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이 디젤유를 생산하려면 공간 확보도 문제지만 생산준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중유제조는 일종의 유해노동이고, 공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주택밀집구역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보편적으로 국영공장 임대를 하지만 최근 돈주들은 농촌지역을 생산지로 선택한다고 합니다. 도시 공장보다 농촌 간부와 계약하면 임대료가 훨씬 싸다는 것이 이유라고 합니다.

이렇게 공간을 확보하면 그 다음 로(爐)를 쌓아야 합니다. 중유나 삐치를 고열탄으로 끓여야 하기 때문에 로 안은 반드시 내화벽돌을 사용해야 하는 거죠. 이 때문에 대북제제 후 내화벽돌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 장에 현재 0.2(북한돈 1600원)달러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돈이 부족한 상인들이 내화벽돌이 부족해 기본벽체만 내화벽돌을 쌓고 일반 벽돌로 로를 건설하다보니 중유 정제 과정에 애를 먹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암튼 디젤유생산 연료인 석탄가격은 최근 평안남도 직동탄광에서 1톤당 15달러라고 하는데요. 삐치 1톤을 녹이고 정제해서 디젤유 완제품을 만드는 데 소모되는 석탄은 2톤 정도라고 합니다.

진행 : 이렇게 갖은 노력을 다해 제조했는데, 판매는 수월하게 이뤄져야 할 텐데요. 개인이 생산한 디젤유 어떻게 판매하는가요?

기자 : 북한시장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는 등급이 있습니다. 휘발유95는 벤츠에 사용되며 휘발유66은 화물차에 사용됩니다. 휘발유95가 고급이긴 하지만 화물차에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디젤유도 뜨락또르(트랙터)에 사용되는 게 있고 배기관에 사용되는 게 있는데요. 휘발유처럼 등급은 없지만 최근 개인이 생산하면서 정품과 가공품으로 분류됩니다.

연유 시세가 오르면 가공 디젤유는 모두 정품과 섞어 판매되는데요. 무역회사 연유공급소든, 개인판매소이든 이 같은 부정 판매 행위는 같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이 제조한 디젤유는 바다 수산사업소 및 외화벌이회사 어선들이 선불을 줘서 도매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