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외출 금지…굶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봉쇄령 하달 지역 주민 인터뷰①] "나라에 대한 불신 가득...상황 악화되면 탈북 이어질 것"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7시.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내 북중 국경 연선지역에 봉쇄 명령이 하달됐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함경북도 회령에도 봉쇄령 내려졌다…발 묶인 주민들 ‘아우성’)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의 경우 출근은 할 수 있었지만, 공무 또는 허가된 외출이 아닌 사적 외출은 금지됐다. 북한 당국은 이를 어길 경우 사법적으로 처벌받을 뿐만 아니라 군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갑자기 내려진 봉쇄 명령에 받아 놓은 물건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약속된 탁송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또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빈곤층은 당장 굶어 죽지 않을까 극심한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국경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도강(渡江) 등 불법행위와 악성 전염병(코로나19)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봉쇄 명령 닷새 전 일어난 국경경비대 군인의 무장 탈영 사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필요에 따라 인민 생활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북한 군인들이 국경지역에 철조망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다음은 최근 진행된 회령시 주민과의 일문일답]

– 봉쇄 명령이 하달되기 전 이동통제를 예상할 수 있는 낌새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당국은) 봉쇄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봉쇄령을 내리는 그 순간부터 이동통제가 이뤄져 발이 묶였다. 당장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다.

돈을 벌어도 하루 먹고 끝나는 상황이라 불만이 상당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몇 달치 식량을 이미 쌓아놓고 있겠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내일 먹을 것도 사기 힘든 상황이다. 비루스(바이러스)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주로 호소했나.

“봉쇄 이후에 굶어 죽는 사람도 때때로 나타났다. 그만큼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봉쇄령이 공포였다. 다만 봉쇄령 그 자체 때문에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것은 아니다. 회령은 나가서 돈을 직접 벌진 못해도 집 밖 출입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생활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봉쇄령으로 인해 생활고가 더 심해진 것이다.”

– 통제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컸다. 돈을 못 버니까 먹는 게 제일 문제였다. 언제까지 봉쇄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도 불안을 심화시켰다. 이렇게 몇 달이 더 갈 경우 모두 다 굶어 죽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봉쇄령이 지속되면 그때는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탈북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 봉쇄령 해제 후 주민들의 생활에서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그래도 봉쇄령이 풀리니까 그 직후에는 숨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돈 벌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시장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필요한 물건을 시장에서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있어서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소비를 줄이고 있다. 돈이 생기면 꼭 필요한 것, 주로 먹을 것만 조금씩 산다.”

– 봉쇄령 이후 민심은 어떠한가. 

“나라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구실은 비루스를 차단하고 인민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봉쇄했다고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봉쇄는 나라가 인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중국과의 모든 거래를 차단하고 밀수와 관련된 행위를 할 경우 총살까지 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당장 먹고 살려고 뭐라도 하는 것인데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것은 너무한 조치가 아닌가.”

– 최근에도 지역 간 이동통제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분위기는 어떤가.

“이제는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봉쇄령을 내리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당 대회 준비할 때도 열흘 넘게 봉쇄한 적이 있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10월 봉쇄 이후 조금씩 식량을 비축하는 분위기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 내일 봉쇄를 한다해도 오늘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

봉쇄령이 잦아지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은 없고 언제 또다시 발이 묶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죽겠다고 아우성만 높아 간다.”


*편집자 주 :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북한 당국의 비상식적인 코로나 조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육해공 모든 통로를 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사상 유례없이 학생들의 방학과 휴교를 수차례 반복하더니 급기야는 사전 공지도 없이 봉쇄 조치를 내려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 안에 갇혀야만 했습니다. 

이에 본지는 무방비 상태로 ‘락다운(Lock Down, 봉쇄조치)’된 국경지역 주민들의 현지 상황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