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랜드 “北정권에 자산 뺏길까 中기업들 노심초사”

▲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데일리NK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경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박사가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휴대전화 사용금지와 독단적인 법집행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랜드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했다가 철수한 중국 기업 3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인용,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분쟁해결 절차가 미약한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며 “중국 기업인들은 사업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사업 상대들을 불신하고 있으며 어음 대신 달러나 위안으로 현금거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산이 북한정권에 몰수될 가능성 때문”이라며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단순무역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식량농업기구(FAO) 등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선 “FAO는 식량생산에 관한 북한의 공식통계를 따르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믿지 않는다”며 “유엔기구들은 북한 주민들의 영양섭취에서 곡물의 비중을 20%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2년 중 10년에 걸쳐 (북한이) 매년 큰 식량부족사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90년대 중반 이후 대량 아사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유엔의) 현재 16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놀랜드 선임연구위원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일방적인 비둘기파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의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임을 천명해왔다”며 “만약 북한이 이런 비핵화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가 유화일변도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바마 당선자가 김정일과도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면서 “오바마 당선자는 매우 조심스럽고 자기절제적이다. 따라서 오바마-김정일 간 회담은 당분간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놀랜드 선임연구위원과의 인터뷰 전문]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조사의 목적과 결과는 무엇인가?

“이번 조사의 목적은 중국과 북한 사이의 경제통합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에 투자, 진출한 중국 기업 300여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현재 조사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중 50여개는 북한에서 이익을 내지 못해 철수한 기업들이다.

조사대상 기업 중 87%가 북한에서 사업하는데 가장 힘든 점으로 휴대전화 사용 금지조치를 들었다. 그리고 79%는 북한 당국의 독단적인 법규집행이나 법규의 교체가 불만이라고 답했다. 그 외 빈약한 인프라나 과도한 규제가 불만으로 지적됐다. 흥미로운 점은 노동자의 질에 대한 불만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분쟁해결 절차가 미약한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중국 기업인들은 사업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사업 상대들을 불신하고 있으며 어음 대신 달러나 위안으로 현금거래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산이 북한정권에 몰수될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단순무역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신은 WFP나 FAO같은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이 북한 식량부족분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북한의 식량부족분에 대한 우리의 추정과 국제기구의 추정이 다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식량농업기구 (FAO)는 식량생산에 관한 북한의 공식통계를 따르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유엔기구들은 북한 주민들의 영양섭취에서 곡물의 비중을 20%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러한 유엔기구들의 분석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엔은 지난 12년 중 10년에 걸쳐 매년 큰 식량부족사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90년대 중반 이후 대량 아사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유엔의) 현재 16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유엔 추정분보다는 적지만 북한의 식량부족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왜 그런가?

“우리는 북한에서 식용, 가축사료, 종자로 필요한 식량과 생산 후 손실되는 양까지 포함해 1년에 약 400만톤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해서 식량부족을 겪는 이유는 식량 수입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소비하는 식량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된다. 그 다음으로 외국 지원분이 있고 세번째인 외국 수입량은 크지 않다. 북한 경제는 한국, 중국, 일본처럼 공업, 광업, 서비스 생산 부분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여 곡물을 사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 주변국 모두는 외화를 벌어들여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등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한다. 북한도 이렇게 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한 공업생산력이며 북한 정권이 곡물수입에 외화를 투입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은 다른 부분에 전용되고 있는 외화를 더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또 개혁개방, 공업발전, 외화증가, 곡물수입 증가의 선순환을 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으로, 경제개발 지원은 조건을 붙이는 기본적인 접근방식은 옳다.”

-지난달에 개성공단을 방문했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두 가지다. 개성공단 내 공장과 한국의 공장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북한 타지역의 공장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다. 내가 북한 노동자라면 개성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다. 또 이런 공업지역은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데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공단이 투자자와 지역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갖기 위해선 후방과의 연계 (backward linkage)가 있어야 한다.

즉 지역경제와의 연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역의 하청업체들이 개성 공단에 대한 하도급을 맡아야 하는데 현재 북한은 개성공단 내 도로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갈만을 공급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류공장 같은 경우 투자자와 북한경제에 모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 버튼, 실 등을 북한측에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이런 재료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공급할 수 없고 남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속도로 생산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현재 개성공단은 한국의 투자자나 북한 경제에 최대의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바람직한 미래는 무엇인가?

“남한의 대북경협은 북한 경제의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은 개성이나 금강산 같은 경제구역을 늘려야 한다. 물론 개성공단을 어떻게 확대할지는 정치적인 문제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에서 보면 이런 파급효과를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이 북한 한가운데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경제의 일부가 돼야 한다.”

-최근 북한은 개성공단을 중단시키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한 예측은 해본 적 없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위협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어리석다. 첫째로 개성공단은 북한에 이익이다.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것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둘째로 이런 위협이 설사 실행되지 않고 또 실행될 의도도 없더라도 여전히 어리석은 행동이다. 왜냐면 남한의 투자자는 이런 위협을 당하면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사업을 철수하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나?

“상당부분 현 정책이 지속될 것(considerable continuity)으로 예상된다. 부시 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북한 정책을 급격하게 강경에서 협상 쪽으로 바꿨다. 이 변화는 민주당의 지지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의 정책변화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공화당에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거하는 것을 지지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현 정책이 일단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오바마 당선자를 일방적인 비둘기파로 오해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의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북한의 비핵화임을 천명해왔다. 만약 북한이 이런 비핵화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가 유화일변도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또 오바마 당선자가 김정일과도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매우 조심스럽고 자기절제적이다. 따라서 오바마-김정일 회담은 당분간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오바마 당선자는 절대로 순진하지 않으며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어떤 경제정책을 펴야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김정일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극도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평가한다. 김정일의 현 건강상태에 대해선 모른다. 그러나 내가 장담하는 것은 김정일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권위주의 체제는 지도자의 교체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심각한 도전에 맞닥뜨릴 것이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정치안정을 핵무기로부터가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이뤄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 남한, 일본 등이 북한의 국제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현재 북한은 작고 고립된 나라다. 중국 경제의 발전이나 일본,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감안할 때 북한은 큰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주변국 경제와 교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변국과 경제협력을 추구하면 더 많은 번영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