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기계생산공장 시찰 배경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첫 공개활동이면서 시찰 대상으로 평안북도 룡천군 북중기계연합기업소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신년사)은 올해 농업부문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제시하고 전력ㆍ석탄ㆍ금속공업과 철도운수부문에 주력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기계부문에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김 위원장의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새해 첫 공개활동은 정책 방향이 어느 쪽에 무게가 두어지는가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핵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국방공업을 강화해 나가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대다수의 연합기업소와 마찬가지로 북중기계에도 민간부문 공장과 1급 군수공장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 기업소의 민간공장에서는 200마력 및 400마력 디젤기관등을, 군수공장에서는 어뢰정 기관, 포신, 탱크 궤도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을 수행한 간부들이 전병호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겸 비서, 리용철 당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등 군수공업 및 군사분야 실세라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국방공업을 확고히 앞세우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을 ’선군시대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으로 제시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자위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국방공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선으로 보장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국방공업과 함께 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중기계의 달라진 열처리ㆍ주물ㆍ가공 공정을 둘러보며 노동자들을 격려한 뒤 각종 대형어선과 화물선 제조에 필요한 기관을 비롯해 현대적인 기계제품을 많이 생산할 것을 당부했다.

또 기업소 간부들에게 “과학적인 경영전략과 기업전략을 갖고 관리ㆍ운영해 생산에서 실리주의 원칙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각 기업소의 독립채산제와 자율성이 강화된 만큼 기업소 간부들이 창의적이고 실리적인 경영마인드를 갖고 일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기업의 생산활동을 극대화하고 이익확대를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북중기계는 지난해 4월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던 룡천철도역에서 3∼4㎞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후 김 위원장이 룡천군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지도부가 국방공업과 함께 경제문제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이라며 “올해 신년사에서 농업부문이 주공전선으로 제시됐지만 요즘은 농한기라 김 위원장의 시찰대상이 이같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