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께 보내는 림일의 편지] <45> 인민·국가·공훈 배우

국민배우 안성기 선생. /사진=림일 작가 제공

김정은 위원장나는 얼마 전 서울 모처서 헝가리 출신의 한 대북전문가를 만나 환담을 나눴습니다공화국 영화부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연구자인데 간만에 과거 고향에서 봤던 영화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는 추억의 시간이 되었답니다.

제가 평양서 유년시절 흥미롭게 본 영화는 20부작 탐정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이죠당신이 세상에 없던 1978~81년에 나왔으며 인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여주인공 순희역을 맡은 김정화는 김일성상계관인(수상자), 인민배우이죠.

이후 나온 다부작 영화가 김일성 수령의 항일업적을 그린 영화 조선의 별’(10부작)입니다이 영화를 찍을 때 촬영장서 연출가(감독)는 수령 대역배우에게 김일성 동지이 부분은 이렇게 해주십시오!”라고 지시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평양서 모든 예술영화에 전체 인민들은 당과 수령에게 무조건 충성하자!”는 붉은 사상을 넣는 국가정책을 만든 당신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죠수령 후계자 신분으로 1970년대부터 영화부문을 전문으로 총괄 지도했으니 말이죠.

그는 1990년대 초반영화 민족과 운명’(1~4)에서 주인공 최덕신(역대 최고위 월북자역을 맡은 인민배우 최창수를 세계적인 명배우라고 했는데 국제영화축전에서 수상 경력이 없는 배우에게 세계적인 배우라니 조금 벙벙했습니다.

이 영화 개봉 후 다소 희한한 일이 생겼지요수령인 김정일 위원장이 영화배우 최창수김옥희서경섭김정화 등에게 자신 명의로 자가용 승용차를 선물했습니다독일산 벤츠와 일본제 경차인데 당시 차번호는 <평양 0XX>이었지요.

1990년대 이후 1년에 고작 10편 겨우 나왔던 공화국영화가 2011년부터 시작된 당신 시대에서 별로 나오지 않고 있지요영화제작 및 배급은 광고와 투자상영수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는 평양의 현실입니다.

지난 1950년대부터 70여 년간 세상에 나온 공화국의 모든 영화는 오직 노동당과 수령을 위해 영예롭게 살며 일하자!”는 주민계몽용 교육내용만 넣은 사상영화입니다그러니 국제영화시장에 명함조차 못 내미는 한심한 처지이겠죠.

김정은 위원장이제 더는 고리타분한 사상영화는 끝내시오당에서 만든 수령충성 내용의 영화를 안 보면 혁명반동분자’ ‘적대세력’ 등의 취급을 받겠으니 마지못해 인민들이 단체 및 개인관람을 하지만 마음은 무척 괴로워합니다.

부디 인민들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한 예술영화를 만드시오평생 외국여행은 고사하고 세상 밖도 모르고 사는 불쌍한 인민들의 예술적 취미마저 빼앗지 마시오그것은 동물과 달리 꼭 사람에게만 있는 고상한 생리적 본능이지요.

그리고 특별한 제안 하나 드립니다현재 영화 및 예술부문 공로자에게 주는 명예칭호에서 김일성상’ ‘김정일상’ 등은 폐지하시오수령도 엄연히 인민인데 하늘같은 인민이라면서 그 인민 위에 수령상이 있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대신 인민배우와 공훈배우’ 사이에 국가배우’ 칭호를 새로 제정하시오하면 인민이 사랑하는 최고의 배우는 인민배우’, ‘국가배우’, ‘공훈배우’ 순위로 된답니다그렇게 되면 현재 인민배우’ 칭호의 권위와 위상이 더욱 높아지겠죠.

참고로 새로 제정하는 국가’ 칭호는 현재 공훈’ 칭호만 있는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도 널리 적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면 공훈광부와 국가광부’, ‘공훈벌목공과 국가벌목공’, ‘공훈강사와 국가강사’ 등이 되겠지요

 2021년 6월 21일 – 영화도시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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