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북한 핵무기 폐기 가능성? 제로(0)에 가깝다”

[2018 남북정상회담 D-2] “北, 국제사회 요구 비핵화 프로세스 수용가능성 높아”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여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북한 김정은은 한국과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호응할까.

한 때 주체사상파(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다 전향해 현재 북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고 본다”며 “오랜 세월 어마어마한 희생을 거치면서 모든 국력을 집중해 핵무기를 개발해왔는데 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서울 모처에서 데일리NK와 만났다. 곧 진행될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또 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묻자, 그는 차분하고도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국면전환을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남북·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순순히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은 수월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핵무기를 체제 보장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북한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고, 국제사회가 제시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는다 하더라도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오랫동안 핵물질과 핵무기를 생산해왔고, 이와 관련한 국가 조직력 수준도 대단히 높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은닉할 수 있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된다”며 “북한은 어떤 방향으로든 핵보유국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이 질 수 없는 게임으로 들어섰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북한 김정은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강대국이 되는 것”이라면서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 필수적이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방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핵무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음은 김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 사진=데일리NK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는데 불과 4개월여 만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왔다. 급격한 상황 변화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정은이 애초에 모든 것을 다 계획해 놓았다고 본다. 물론 6차 핵실험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작년 말이나 금년 초쯤에 다시 한 번 핵실험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몇개월은 뒤로 미뤄질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작년에 핵 개발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서는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게 됐다. 빨리 국면전환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데 다행히 한국에서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섰고,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대단히 수월하게 국면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ICBM과 핵실험을 완료해 국제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애초에 북한의 핵심 노선이 핵-경제 병진노선이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그것을 사실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북한이 경제개발에 대해 대단히 적극적이라는 것에 대해 별로 방점을 찍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사실 경제개발을 핵심적인 목표로 두고 있고, 핵 개발도 사실 경제개발을 위해 한 것이다. 핵 개발을 빨리 진전시켜서 경제개발에 집중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불과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에 3차례 핵실험을 하는 무리수를 둬 가면서 국면전환을 이끌게 됐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도 존재한다.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첫째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높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둘째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고 본다. 북한이 오랜 세월동안 어마어마한 희생을 거치면서 모든 국력을 집중해 핵무기를 개발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다른 나라가 아무리 ‘체제를 보장해주겠다’ ‘침공하지 않겠다’ 하더라도 북한은 믿지 않는다. 북한은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 불가침 선언 등에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않는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가 없으면 자기들은 망한다는 생각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전원회의를 열고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니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핵시설도 폐기하고, 핵 실험도 중단하고, 핵발전소나 우라늄 농축공장도 폐쇄하고, 사찰을 요구하면 사찰도 받고 다 하겠다는 것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한 출발점으로, 일단 다 받아들이겠다는 거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몇 기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정확히 파악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북한은 순순히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핵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북한은 오랫동안 핵물질과 핵무기를 생산해왔고 국가 조직력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북한이 핵 무기를 은닉할 수 있는 방법이 수백가지가 된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세 가지 핵심 의제 중 하나가 한반도 비핵화다. 어느 정도의 비핵화 합의가 있어야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 평가할 수 있을까.

“글쎄. 사실 비핵화 문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타결해야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추상적으로만 다루지 않을까.”

-그럼 이 전과 딱히 다를 게 없지 않나.

“조건 자체에 차이가 있다. 이전에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우호적인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했다면 이번에는 국면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전과는 다르다. 사실 북한은 국면전환을 위해 한국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부문에서 상당히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의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나.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다 받아들여도 북한에 특별히 손해날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뒤져도 핵무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은 다 받아들일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로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무기를 100% 다 포기했다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어떻게 북한을 믿겠나. 국제사회는 북한이 숨겨놓은 핵무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핵무기가 1기도 없더라도 핵보유국 행세를 할 수 있다. 어떤 방향이든 북한은 핵보유국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북한이 질 수 없는 게임으로 들어섰다고 본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 사진=데일리NK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을 포기하겠다고 전면적으로 선언한 것이 아닌, 이미 핵보유국으로서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원회의는 어차피 국내용이다. 국민들에게도 군지휘관들에게도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는데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할까? 북한은 앞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에 핵무기를 폐기하겠다 선언한 이후에도 내부에는 그런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핵무기를 폐기하지도 않을 테고, 국내적으로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게 무엇이라고 보나.

“아주 명확하다. 목표는 강대국이고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20년 정도는 경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국방비도 줄이고 군인 수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서 북한은 경제발전을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두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사실 북한의 제1의 목표는 경제발전이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제재도 해제가 돼야 한다. 제재 해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야 다른 나라도 마음 편히 북한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된다. 북한은 그것을 주로 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했다. 시작했는데 제재 때문에 외부에서 잘 관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개혁개방 초기 핵심조치가 농업개혁인데, 북한이 이미 3~4년 전에 농업개혁을 시작했고,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북한은 앞으로 대단히 적극적인 태도로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