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원산·갈마 개발 南 참여? 조건과 환경 마련돼야 가능”

관훈토론회서 언론보도 해명…철거 의사 표명 질문엔 "정비 필요성 있다"고 에둘러 답변

2018년 11월 11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원산갈마해안지구 건설현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일 최근 정부가 북한에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에 남측이 참여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을 담은 대북통지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원산·갈마 투자 문제는 사실 조건과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해당 언론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언론보도가 100% 맞지 않다. 그 부분은 사실과 좀 다르다”면서 “현재 우리가 제안한 것은 구체적이지 않고, 대략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원산·갈마 개발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사실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동해 관광특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것은 9·19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중 하나이고,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계해서 발전시키자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오래된 공통의 목표”라고 에둘러 설명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또 정부가 최근 직접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비’라는 표현을 쓴다”며 “금강산 관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숙소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컨테이너를 임시 숙소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지금 금강산 지역에 340개 정도 있다. 그런데 이게 그동안 관리되지 못하다보니 방치돼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사업자들도 초보적 형태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비가 철거를 포함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방치된 시설을 정비하는 것을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재산권 보호원칙이 굉장히 중요해서 그 원칙을 고수하면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 철거 문제의 현 상황과 관련, “북한은 일관되게 철거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우리는 정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정도까지 와 있다”며 “여전히 차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김 장관이 언급한 컨테이너 임시 숙소는 온정리 구룡마을과 고성항 주변 금강빌리지를 뜻하는 것으로,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현재 우리 측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온정리라든지 아니면 고성항 주변 가설시설물부터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비핵화와 상응조치 교환방식 둘러싸고 (북미 간) 여전히 차이가 크다”면서 “12월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 단기적인 정세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고 2020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12월에 실무협상을 통해 북핵문제가 초보적이지만 해결의 프로세스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앞선 기조연설에서 “(북미) 양측 모두 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를 다시 이어갈 때”라며 “조속한 시일 내 양국이 마주 앉아 접점을 넓히고 신뢰를 쌓으면서 싱가포르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한편으로 비핵화 협상 안정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공간이라는 것이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남북관계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도 북한이 호응만 해온다면 당장 실천 가능하면서도,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가 많이 있다”며 “남북관계의 독자적 역할 공간을 찾고,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이날 토론회 종료 직후 김 장관이 토론회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일부 탈북민들의 항의 시위에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토론회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10명 남짓한 탈북민들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고 쓰인 머리띠를 매고 손에는 ‘인도주의, 도덕성을 운운하는 자들이 탈북민 강제북송 웬말이냐’ ‘탈북민을 강제북송한 문재인과 김연철을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정부의 북한주민 추방 조치를 강하게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북한에서 16명을 살인하는 등 흉악범죄를 저질러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안보적 차원에서 추방 결정을 내렸으며, 귀순의사 또한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법(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