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南 시설 철거 발언 뒤엔 20만에 달하는 中 관광객이 있다?

최근 북중 관광 교류 급증…전문가 "中 권력층 대상 투자 설명회도 개최"

묘향산려행사 버스
지난 15일 ‘묘향산려행사’라고 씌인 북한 버스가 조중우의교를 통해 신의주에서 단둥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30여대의 버스가 빈차로 중국에 왔다가 2시간 뒤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진=데일리N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남측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지시하면서 남북 간 관광 재개가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북중 간 관광 교류는 되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든든한 뒷배로 두고 있기 때문에 ‘너절한 남쪽 시설들’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여행 사업에 밝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북한으로 관광을 가는 중국 관광객이 최근에 급증했다”며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가장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중국인들이) 북한을 많이 간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는 매일 기차와 버스로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NK 카메라에도 평일 아침 ‘묘향산려행사(여행사)’이라고 씌여진 북한 버스들이 운전수만 탄 채로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승객을 태우지 않고 중국으로 들어온 북한 여행사 버스들은 약 2시간 뒤 중국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같은 시각 단둥 세관 앞까지 버스를 타고 온 중국인 관광객들은 줄지어 세관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북한으로 여행가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중국 관광객은 “그냥 여행간다”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 국가관광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0만 명을 넘었으며 이 중 90%가 중국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북한 전문가도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북한으로 관광가는 중국인들에게 적용하는 쿼터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쿼터가 의미가 없다”며 “한 번에 갈 때 고려항공 여객기 1대의 좌석 중 40자리까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태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1, 2, 3차에 나눠서 승객을 받기 때문에 한 항공기당 40명 이상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지 사실상 쿼터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가는 매 항공편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만석이 된다는 게 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또 그는 “중국 선양(瀋陽)과 평양을 오가는 고려항공 노선이 늘어났다는 얘기를 중국 여행사 관계자에 전해들었다”며 “많을 때는 일주일에 9번을 운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북중 간 관광 교류가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주요 관광객을 대상으로 북한 당국이 투자설명회까지 개최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 전문가는 “항공편으로 북한 관광을 가는 중국인의 경우 중국과 북한 당국이 여행을 권장하는 사람들”이라며 “권력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북한 여행을 권장하면서 그들을 통해 북한 경제 특구에 대한 투자까지 유치하려는 게 당국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주요 외화 수입원이던 광물이나 수산물 수출길이 막힌 김정은 정권은 삼지연(양강도) 및 원산(강원도) 관광 특구 등을 개발하면서 관광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대북제재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외화벌이의 좋은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제재로 외화 획득이 어려워진 북한이 자연스럽게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국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국과 금강산 재개 같은 관광 교류를 배제하고 중국만 대상으로 관광 사업을 해도 북한은 많은 외화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의 단둥국제여행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평양, 개성, 판문점, 원산을 포함해 금강산까지 도는 4박5일 일정의 여행 상품을 3700위안에 홍보하고 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 관광객 유치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복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언도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금강산에 유치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비행편이 아니면 중국인이 금강산을 가기에는 위치상 어려움이 있다”며 “북한 당국은 기본적으로는 우리 관광객을 금강산에 유치하고 싶어하는데 제재 때문에 뜻대로 안되니까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도 “북한 입장에선 한국 사람들만큼 좋은 관광객이 없다”며 “중국 관광객 대상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통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남측 관광객 유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 관광객 유치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단순히 한국 정부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크다”며 “김 위원장 발언을 살펴보면 독자적으로 투자를 유치해서 관광사업을 꾸리겠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은 미국의 직접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둔 발언이라 분석된다”고 했다. 그만큼 금강산을 포함한 원산-갈마 지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착이 크다는 게 이 전문가의 평가다.

한편 이 전문가는 “중국 정부도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는 것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으로 여행을 가려는 중국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