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北 위폐-마약-밀수 공개 경고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 사실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8~99년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 증거를 포착하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NK는 국정원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한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북한의 국제범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위조지폐 제조 뿐만 아니라 마약밀매, 공관원을 통한 밀수 등 국제범죄에 밀접하게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 ‘북한의 국제범죄 실태’ 보고서 내려받기 (아래아 한글 파일)

보고서에서 북한은 계속된 경제정책 실패로 외화난이 가중되자 위폐제조 공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1500만불 규모의 초정밀 위조달러를 해외에 유통시켜 왔으며, 80년대 말부터 마약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해 아편, 헤로인 및 필로폰을 밀조하여 세계 각국에 밀매해 왔다.

또 대남 공작차원에서 국제범죄조직과 연계하거나 조총련, 중국동포 등 친북세력을 이용하여 마약, 위폐의 국내반입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는 국정원이 공개한 북한의 국제범죄 개입 적발 사례.

◇ 위폐 제조 및 유통

북한은 최신 위폐 감별기로도 식별하기 어려운 초정밀 위조달러(일명 슈퍼노트)를 해외에서 유통시키다가 94년 이후 13회에 걸려 460만 달러이상이 적발되었다. 위폐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북한은 ‘2월 은빛무역회사’ 등 3개의 위폐 제조기관을 운영해왔다.

9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한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길재경은 초정밀위폐 3만달러를 환전하다가 발각되었고, 96년 12월 루마니아 북한대사관 무역참사 김철호는 위폐 5만불 유통시키다가 체되 되었다.

▲경찰이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 14만달러를 보여주고 있다

또 몽골주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 김철민 및 몽-북합작회사 ‘모란상사’ 박창룡은 위폐 11만 7300달러를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IMF가 이후 ‘달러모으기운동’이 실시된 기간 중(97년 12월부터 98년 8월)에 북한이 해외에서 유통시킨 위폐와 동종(同種)의 초정밀 위폐 3만 2000달러가 발견되었다.

◇ 마약 밀거래

북한은 90년대 들어 양귀비 재배 사업(일명 백도라지 사업)을 강화하고 생산된 마약류는 외교관과 상사원을 통해 해외에 밀매해왔다. 현재 밝혀진 북한의 마약 생산 공장은 함북 청진에 위치한 ‘나남 제약공장’으로 연간 40여톤의 마약을 생산하고 있다.

97년 4월 화물선 ‘지성 2호’를 이용하여 필로폰 59kg을 일본에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되었고 98년 1월 멕시코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최승현은 코카인 35kg을 러시아로 밀반입하려다가 발각되었다.

또 98년 7월 시리아 주재 북한 외교관은 25억 상당의 환각제를 이집트로 밀반입하다가 적발됐다.

99년 4월 일본 야쿠자조직의 스미요 시카이가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 북한에서 선적한 필로폰 100kg을 일본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 공관원 밀수

북한의 해외공관은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금괴와 상아 밀수에도 손을 대고 있다.

99년 4월 나이지리아 주재 북한 공관원 부인 오영희가 상아 85개를 밀수하다가 모스크바 공항에서 적발 되었고, 99년 8월 기네 주재 북한 공관원 김영철이 상아 188개를 밀수하다 케냐공항에서 적발되었다.

이러한 국제 범죄에 관련하여 국정원은 전담조직을 98년 신설하고 미국 등 외국 정보수사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 정보수집, 분석활동을 강화 했다. 또한 98년 이후 국정원은 ‘국제금융사기사례집’ 등 국제범죄 정보자료 12종, 41200점을 생산 배포하고 국제범죄 예방교육을 50여차례 실시해 왔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