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국방부 `군기잡기’

국회 국방위가 국방부를 상대로 혹독한 `군기잡기’에 나섰다.

국방위와 국방부의 갈등은 최근 국방부 국회연락단의 철수를 계기로 표면화된 데 이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군의 차기 전차 `흑표’와 관련한 예산 심사가 대표적 사례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011년부터 흑표 전차를 도입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44억원의 착수금을 책정했으나, 국방위는 21일 전체회의를 통해 44억원을 감액한 100억원만 편성키로 의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착수금 전액을 삭감, 사실상 흑표 사업의 착수 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수정안이 나오면서 표결까지 이뤄졌다.

흑표 사업에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예산안 의결권을 가진 국회로서 신중히 접근하는 게 당연하지만 국방위와 국방부간 저간의 갈등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국방위원들은 흑표의 대당 가격이 아직 산정되지 않은 데다, 기술료를 둘러싼 잡음, 군의 지속적인 KIAI 구매 계획 등 불확실성을 감안, 사업의 내년 착수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전액 삭감’을 주장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오늘 흑표 관련 예산이 가결, 앞으로 6조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국방부의 관행을 깬다는 의지에서 흑표 사업의 내년 착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냈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효재 의원은 삭감에는 반대했지만 “원가 계산이 주먹구구식이고 군이 `기밀’을 앞세워 사업 진행과정을 알리지 않았다”며 “국회가 가진 권한을 총동원, 국방부가 흑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육군 대령 출신인 김성회 의원도 “심정적으로 (흑표 사업의 내년 착수에) 반대하고 싶었다”며 “국방부와 방사청이 국회를 너무 무시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방부가 각종 현안과 관련해 국회의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군사 기밀’을 내세워 현안 설명조차 꺼려온 데 따른 불만이 의원들로부터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국방부가 오는 24일 `국방개혁 2020′ 조정안을 발표키로 한 것과 관련, “공청회가 있는지도 몰랐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데 이런 식으로 하지 마라”고 질타했다.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소말리아 해역에 한국형 구축함인 강감찬함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과 관련, “정말 씁쓸하다”며 “이런 일이 쌓이면 국방위와 국방부는 더 멀어진다”고 밝혔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