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동영상’ 조작 ∙ 연출 의혹 철저분석

▲ 촬영자가 현역군관이었음을 밝힌 DailyNK

탈북여성 구타 동영상을 촬영한 군관이 북한을 탈출함으로써 이번 동영상에 제기되었던 의혹이 풀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연합뉴스>와 <문화방송> 등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짚어보자.

분석에 앞서, DailyNK는 이번 동영상의 촬영 및 입수, 최초 공개의 과정에 전혀 무관하며, 동영상의 전체분량을 확인한 유일한 언론매체로서 의혹에 대해 해명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 분석기사를 작성하였음을 밝혀둔다. – 편집자

1. ‘몰래카메라’가 어떻게 화면 각도가 바뀌나?

위 1~4의 사진처럼 카메라는 여러 차례 각도가 바뀐다. 보통 한 곳에 고정되어 있기 마련인 ‘몰래카메라’가 이런 식으로 촬영도중 화면 각도가 바뀔 리 없다. 리모콘으로 작동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1번 사진처럼 벽에 걸린 김정일 일가의 초상화 만을 정확히 확대해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DailyNK에서도 처음 스틸사진을 받아보았을 때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초소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일단 초상화를 찍고, 카메라를 은밀한 곳에 숨겨 놓고 나갔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위 2~3의 사진처럼 보초장의 취조 도중에도 각도가 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답은 동영상을 보니 곧바로 나왔다. 동영상에는 군관이 카메라 작동 여부를 확인하려고 그러는지, 발각될까 불안해서 그러는지, 카메라 앞을 자꾸 서성거리고 몇 차례 화면각도를 바꾸는 모습도 촬영되어 있다.

<연합뉴스>는 기사에서 ▲몰래카메라의 설치 위치 ▲음성녹음 사실 ▲깨끗한 화질 등을 의혹으로 제기했다. ▲국경초소에서 몰카를 본 적이 없다는 탈북자들의 증언 ▲줌(zoom) 기능 사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 기자는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와 몰래카메라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합법적인 CCTV와 달리 몰래카메라는 땅바닥에 설치하든 눈높이에 설치하든 설치자가 은닉이 용이한 위치에 설치하기 마련이고, 일반 캠코더를 개조해 만들기 때문에 당연히 음성까지 녹음된다. 테잎을 반복 사용하는 CCTV보다 화질이 좋은 것은 물론이다.

탈북자들이 국경초소에서 몰카를 본적이 없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타인의 눈에 띄었다면 그게 몰카인가. 줌(zoom) 기능 사용에 대해서는 동영상 속의 군관이 촬영자임이 밝혀짐으로써 의혹이 풀렸다.

2. 장발을 하고 있는 군인

<연합뉴스>와 MBC는 공통적으로 동영상 속 군인의 장발(長髮)을 지적했다. 북한군인들은 머리가 짧은데 스틸사진에 나온 군인의 머리는 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말은, 동영상 속 군인들이 진짜 군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이번 동영상은 군인도 아닌 사람들이 군인으로 ‘위장’하고, 탈북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구타장면을 ‘연기’하면서, 북한이 아닐 수도 있는 ‘세트장’에서 만들어낸 ‘완전한 조작극’이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DailyNK가 이미 보도한 대로 북한군 모두가 ‘빡빡머리’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군인은 군기가 세고 규율이 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정은 완전히 다르다.

<연합뉴스>는 <조선중앙방송>에 방영된 빡빡머리의 북한 군인과 동영상 속 군인들의 머리 모양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까지 했다. 북한의 공식매체는 당연히 군기 잡힌 빡빡머리의 군인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지방의 군인은 전혀 다르다. 특히 점검상태가 느슨한 북-중 국경지역은 더욱 기강이 해이하다.

이번에 의혹을 일부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북한 당국이 보여주는 것을 ‘북한의 모든 것’으로 믿는 일부 기자들의 잘못된 시각이 드러난다. <연합뉴스> 기자는 북한 당국이 지난 연말부터 장발단속을 해왔다는 소식과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사업가가 “북한에서 만난 군인들이 대부분 빡빡머리였다”라고 대답한 것을 인용하며 보도했다.

이번 스틸사진에 대해서는 동영상을 보지도 않고 여러 의혹을 제기했으면서 북한 당국의 보도에는 왜 의구심을 갖거나 확인하려 하지 않는 걸까? 북한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탈북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을, 왜 그 대목은 외부인인 ‘사업가’에게 물어봤던 것일까?

3. 완장의 위치

보초장이 영상 초반부에는 오른팔에 완장을 차고 있다가, 탈북여성을 구타하는 사진에서는 왼팔로 옮겨진 것을 의문으로 제기한 네티즌들이 많았다.

<연합뉴스>는 이것을 “북한군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아 찬” 것이라고 단정했다. 기본적인 지능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것이 오히려 진실성을 의심받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기만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것을 연출 근거로 제기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태도다.

흘러내려서 바꿔 찼을 수도 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꿔 찼을 수도 있다. 사실 동영상에는 바꿔 차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보초장이 어디론가 잠시 사라진 후 다시 나타나면서 완장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연출하기 위해 초반부에 오른팔에 붉을 완장을 찼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애써 왼쪽으로 바꿔 차면서 끝까지 ‘보초장’이라는 것을 드러내야 할 필요가 없다. 또한 구타를 할 때 완장을 오른팔에 차고 있다고 해도 충분히 ‘보초장’이라는 표식이 보일 텐데 ‘북한군 신분을 강조하기 위해’ 갈아 찼다니, 의혹치고는 참으로 어설프다.

여하튼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자 DailyNK는 북한에서 사관(士官)급 이상의 군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에게 전화를 해 ‘완장을 주로 착용했던 팔의 위치’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 “규정은 왼팔이지만 자꾸 흘러내려 매번 바꾸기도 하고, 그냥 안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군인들의 완장이 자꾸 흘러내리고, 착용하는 위치를 종종 바꾸는 이유는 간단했다. 북한에 옷핀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한 탈북자는 “남한에서는 옷핀이 아무 것도 아닌 물건이지만 북한에서는 꽤나 귀하다, 그래서 완장에 옷핀을 찔러 고정시키지 못하고 그냥 대강 팔에 끼워 넣고 근무를 선다”라고 말했다. 답은 이렇게 흥미롭고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4. 동영상의 고가 판매문제

<연합뉴스>는 이 동영상이 일본 방송사와 3천만에 흥정되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판매가 잘 되지 않자) 일종의 ‘압박’ 차원에서 26일 자체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걸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자체 사이트’는 최초에 스틸사진을 공개한 자유북한방송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일본 방송사에 동영상을 판매한 적도 없고, 오히려 내가 관계자로부터 그 동영상의 저작권을 사서 북한인권실현을 위한 목적에 순수하게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표는 “내가 수익을 노린 브로커였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한데 주요 화면을 공개했겠느냐”며 ‘압박 차원에서 공개했다’는 보도내용에 실소를 했다. 또한 <자유북한방송>을 영상판매자의 ‘자체 사이트’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특별히 희귀한 영상이 아닌 이상 거래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화면이 일부분이라도 공개되면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 북한내부 영상과 관련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내부를 촬영한 이러한 동영상은 주로 일본에 판매된다. 예전에는 북한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북한인권NGO들이 비영리적인 목적에서 북한 내부를 촬영해 공개해왔으나, 김정일의 일본인 납치사실 사인 이후 일본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이후로는 일본 방송사에 판매하려는 목적에 촬영하는 사람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북한내부 영상을 입수해 판매했던 Y씨는 “댓가를 받고 간병을 하는 사람들을 영리목적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 것처럼, 북한내부 영상을 판매했다고 해서 순수성을 운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문제될 것 없으며, 거래 가격은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소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DailyNK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