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와 HEU, 5차 6자회담 핵심쟁점 되나?

▲ 북한 유엔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

11월 둘째 주에 열리는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北京) 5차 6자회담에서는 경수로 지원과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가 북미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스스로 공개하는 시점에 대해 “경수로 제공이 끝나면 그 순간에 흑연감속로 가동을 중단하고 거기서 나온 핵무기가 얼마인지 애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차석대사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북한 경수로 완공 시점에 가서야 비로소 북핵 폐기 목록을 밝히겠다는 의미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들은 한 차석대사의 이번 발언을 협상용 장외(場外)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한 차석대사는 미국과 북한의 막후 접촉 창구인 뉴욕채널 담당자라는 측면에서 이번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겉표정과 달리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이 이번 5차 6자회담을 경수로 지원 시기 공방으로 몰고 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9․19 북핵 공동성명 발표 이후부터 최근까지 선(先) 경수로 지원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방북한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주 주지사를 통해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폐연로봉의 처리를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맡김으로써 그 추출물인 플루토늄에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 차석대사는 HEU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그런 것 없다”면서 “미국이 그걸 주장하려면 포렌직 에비던스(forensic evidence)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북핵 해결 공동합의문에 따라 이번 5차 6자회담을 북핵 폐기와 검증 방안을 협의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HEU 문제도 반드시 밝히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달 28일 미 평화연구소(USIP) 강연에서다음 6자회담의 핵심 이슈는 북핵 폐기 검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은 이번 5차 회담에서 HEU 핵프로그램을 북핵 폐기 목록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핵 폐기 논의에서 HEU 프로그램을 제외할 경우 미국은 이 문제를 본격적인 의제로 올려놓고 북한을 압박해갈 수도 있다.

HEU 문제는 2차 북핵 위기 발생 책임을 묻는 문제도 되기 때문에 북․미 양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참가국들은 북한이 HEU 기술과 장비를 도입했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지만, 진척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다.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도 북한이 핵 폐기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민감하게 다뤄질 사안이다. 미국은 이것을 겨냥해 “북핵 폐기를 위한 매우 강력한 일정표를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힐 차관보는 30일 한국을 방문해 5차 6자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경수로 선 지원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과 북핵 폐기 동시행동 원칙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