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 시달리는 北여성… “黨 방침으로 삼지연 건설 투입”

삼지연 인민병원
양강도 삼지연 인민병원.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주요 건설 사업에 여성들로 이뤄진 조직인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을 무리하게 동원하자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혜산시 운총리에 동 사무소와 여맹이 당의 방침으로 도로 공사와 살림집, 삼지연, 사적지 건설 등 각종 명목으로 주민들을 동원했다”면서 “여기에 매일 동원되는 부녀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북한 여성들은 고정된 성 역할로 인한 집안의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사를 통해 가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여성들은 각종 공사나 사회적 과제 달성 사업에까지 동원돼 상당한 노동 부담을 안고 있다.

가사노동 및 가계 유지에도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북한 여성들이 대가도 없는 강제 동원에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동원은 의무화돼 있어 무조건 나가야 한다”면서 “몸이 불편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동원에 못 나가면 돈을 바쳐야 하는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국경이 봉쇄돼 돈벌이가 없어 요즘은 뇌물을 고여 빠지기도 힘들어졌다”며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매주 1~2회씩 꼼짝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제대로 된 숙식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이런 동원에 될 수 있는 대로 빠지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량의 뇌물을 바쳐야 하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이마저도 어려워지자 힘겨워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각종 동원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식통은 “동원되는 양상이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면서 “(혜산시) 송봉지역에서는 부양가족 중 한 명이 10일간 동원에 나올 것을 의무화했는데 여기에 여성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 동원에 나갈 수 없자 전업 여성들이 주로 동원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이 없는 여성 상당수가 시장에서 장사를 해 가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동원에 나가게 되면 생계에 지장을 주게 된다. 이런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사람을 동원하는 행태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여자들이 오랜 시간 동원에 가면 그동안 집 살림이 엉망이 될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일부에서는 동원을 회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벌어야 가정도 운영하고 먹고사는데 10일간 가정을 두고 살림집 건설 현장에 나가서 숙식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여성들이 동원에 나가면 집 살림은 세대주나 아이들, 아니면 늙은이들에게 맡겨야 해 좋아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노골적인 불만과 일각에서 일어나는 동원 회피 현상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도 강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동사무소와 보위부에서 동원 회피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 여러 명의 여성이 보위부에 끌려가는 일도 있었다”면서 “보위부는 끌고 간 여성에게 시말서를 쓰게 강요하고 이를 쓰지 않을 경우 구타하거나 노동단련대에 보낸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시말서는 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국가적 중범죄를 저지른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되고 보통은 비판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협박 차원에서 시말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도 여맹원들을 동원해 삼지연 공사장에 투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