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3월은 우리에게 어떤 날로 기억되는가

3월은 우리에게 어떤 날로 기억되는가? 한겨울 모진 바람 견뎌내고 여린 꽃망울 터트리는 봄꽃의 싱그러움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도 3월의 분위기다. 그런데 춘삼월 봄맞이가 그리 달갑지만 않은 건 매년 돌아오는 3월 26일 때문이다. 2010년 3월 26일은 바로 천안함 폭침이 있던 날이다.

천안함(PCC-772)은 백령도 남방 2.5km 지점에서 경계작전 임무 수행 중 격침되었다. 우리 정부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천안함 폭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좌초설부터 음모론까지 진실공방은 계속된다.

지난 2월 28일은 천안함 피격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해군 중령이 30년 군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최원일 중령은 후방부대로 전출되면서 10년 동안 주적인 북한과 싸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어쩌면 북한이 아닌 천안함 음모론과의 전쟁을 치루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소행이라는 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2018년 방남 시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갔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연평해전 등 서해5도는 군사적 긴장이 상존한다.

필자는 자료조사를 위해 지난 몇 개월간 백령도를 여러 차례 다녀왔다. 인천항에서 뱃길로만 5시간이 걸리는 백령도는 하늘과 바다가 허락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백령도에는 천안함 46용사의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백령도에 머무는 동안 이 위령탑을 여러 번 다녀왔다.

어떤 날은 아침나절에 한번, 해 질 무렵에 또한번 오르면서 위령탑을 감싼 바다의 색깔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단지 시간의 변화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차가운 바다 깊이 잠든 46용사의 충혼은 오롯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은 주탑과 보조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탑은 높이 8.7m의 기둥 세 개가 서로 받치고 있는 형태로 이는 항상 서해바다를 응시하며 우리 영해, 우리 영토, 우리 국민을 언제나 굳건히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주탑 아래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하여 3654일 서해바다를 항상 밝히도록 함으로써 우리 NLL을 사수하겠다는 46용사들의 해양수호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위령탑이 세워진 곳에서 내려다보면 망망대해에 바로 그 자리가 있다. 돌아오지 못한 46명의 영웅들이 차가운 바다 깊이 잠든 바로 그 자리다. 피격 장소가 차라리 백령도 먼 바다였다면 그토록 마음이 미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피격지점은 위령탑이 선 곳에서 불과 2.5km였다. 그날의 피맺힌 절규가 그대로 전해오는 듯했다.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 새겨진 추모시(김덕규 作)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의 초계는 이제 전우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이다
– 중략 –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생환 시켜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주소서

제2연평해전(2002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로 희생된 ‘서해수호 55 용사’를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고자 2016년부터 3월 넷째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마침 2021년 3월 26일은 서해수호의 날과 천안함 폭침 날짜가 겹친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일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날 하루만이라도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추모의 날로 기억하자. 단 하나 노파심에 미리 말해 두지만 그 날을 4월 재보궐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양대 도시의 수장이 모두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 치르는 보궐선거다. 수백억에 이르는 선거비용은 모두 혈세로 충당된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일련의 도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 않던 정부다. 만약 이번 선거에 이용하려 든다면 그건 천안함 46용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다. 진정 어린 추모행사가 아닌 한낮 쇼를 기획하며 그들을 선거판에 이용할 생각일랑 애초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영웅들을 기억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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