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신고문제 해결 접근법 달라지나

북핵 6자회담이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견해차로 4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17일 북핵 신고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사전브리핑에서 북한의 핵확산 활동은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활동과는 다른 문제로 “다른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플루토늄 핵프로그램과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핵확산 의혹을 분리해서 대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와 관련,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 시리아 핵이전 의혹 등 3가지를 한 패키지처럼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기존 입장에서 상당 정도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북한은 그동안 농축 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을 전면부인, 북미 양측은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시한인 작년 12월31일을 넘긴 뒤 100여일째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핵협상 공전이 계속되면서 미국이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에 대해 북한이 간접 시인(acknowledge)을 하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으며 이날 와일더 보좌관의 언급으로 이 같은 입장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와일더 보좌관은 특히 북한의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을 `부수적인 협상’이라고 언급, 미국은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에 치중하고 있음을 짐작케했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북핵 신고문제에 있어서 플루토늄 문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의혹을 분리해서 대응키로 한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핵 신고문제를 놓고 북미가 계속 대립, 6자회담이 계속 헛돌 경우 임기를 9개월여 남긴 부시 행정부로선 아무런 외교적 성과도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나 시리아 핵확산 의혹보다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시리아 핵 이전 의혹은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실체가 없어졌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도 과거에 북한이 원심분리기 등을 수입하긴 했지만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미 국무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내 강경파들이 이 같은 협상내용을 받아들일 지 여부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부시 행정부에 대해 북한과 대화할 것을 촉구해왔다는 점에서 설득이 그나마 쉽지만 공화당과 행정부내의 강경파들이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며 이를 수용하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와일더 보좌관이 북핵신고 검증문제와 관련, “우리는 신뢰하되 검증할 것”이라면서 북한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역설한 것도 북한의 성실한 신고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내 강경파들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와일더 보좌관은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신고대상에 영변 핵시설 뿐만아니라 광석농축시설부터 핵실험장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 8일 북미간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수용한다고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한으로부터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 좀 더 명확하고 추가적인 다짐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조심스럽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다”고 언급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또 라이스 장관이 “북한이 실질적으로 의무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할 것”이라며 북핵신고 검증이 완료되기 전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해제 가능성을 언급, `당근’을 내민 것도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결국 내주 방북하는 미국측 전문가들과 북한의 추가 핵신고 협상이 북핵 신고 문제 돌파구 마련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 지배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