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리가능한 북한핵 허용 의심”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공동의장은 14일 “미국이 관리 가능한 범위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장은 이날 오전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핵관련 한미간 대처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를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의장은 “북한 핵관련 남북간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9.19공동성명이 성안될 즈음에 미국은 위폐.인권.마약문제 등 북한의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와 문제가 얽히면서 굉장히 풀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그동안 ‘북핵 불허’를 금과옥조로 삼고 핵문제를 다뤄왔는데 미국 부시 정부의 대북압박 이후 북한은 오히려 핵활동을 재개, 미국이 북한의 핵활동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도록 묶고 일본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북한이 몇 개의 핵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북핵 불허’가 실현 가능한 본심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미국이 동아시아 장악력을 높일 수 있고 안가져도 동아시아 장악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핵문제에 대해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 남북대화나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순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빨리 중국에 가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전격적인 복귀의사를 밝힌 뒤 미국과 양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미국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풀겠다고 공표한 입장을 바꾸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의 성동격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미국의 북한 핵 허용 의심’ 발언을 한 이후 포럼 참석자가 추가 논거제시를 요구하자 “국제정치사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정책과 실제 행위는 다른 경우가 있어 (미국의 북핵정책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해 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며 “이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미국과 대결적인 관계로 가서는 안되고 미국이 평화적 해결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